전례 없는 폭염이 전국을 덮고 있어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적당한 햇살과 기온으로 한창 과일이 무르익어야할 때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는 과일이 채 성장하기도 전에 익어버리고 인삼은 잎이 누렇게 타들어가면서 생장을 멈추게 한다.

농민들의 가슴이 함께 타들어가는 실정이다. 특히 폭염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폭넓게 나타나는 재해라는 점에서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충청지역은 물론이고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 농가에서 과수 잎이 마르거나 열매가 강한 햇살에 오래 노출돼 표피가 변색하고 썩는 햇볕 데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 재배농가 일부도 폭염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두와 포도는 33∼34도일 때 당도가 올라가는데 너무 고온일 경우 잎이 탄소동화작용을 못해 붉게 타버리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포도 주산지인 충북 영동의 피해가 심각하다. 폭염이 시작되고부터 비가림시설이 설치된 포도밭의 온도가 최고 46도까지 올라가 포도나무 잎을 시작으로 포도 열매까지 말라 죽기 시작했다. 폭염이 길어지자 올해는 단 한 송이의 포도도 수확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우려되는 것은 나무까지 말라죽을 경우 내년 농사도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사과농가의 경우에는 열매가 강한 햇볕에 화상을 입어 반점이 생기는 ‘일소(日燒)’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일소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 부위에 탄저균이 감염돼 탄저병이 창궐할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모든 농작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수확기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 굵기의 사과 열매들이 벌써 갈색으로 변했다.

고랭지 배추밭도 예외가 아니다. 배추마다 속을 채워가야 할 때지만 폭염에 생장이 멈추었다. 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과 습도로 무름병까지 번져 일부 농가의 경우 배추 속이 여물지 않고 잎사귀 끝부터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하기 때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작물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 전국적으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겨울철 김장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각종 과일과 채소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인삼 등의 농가에서는 올해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가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농가의 주의사항 등을 전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실천 가능한 전문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폭염으로 인한 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가까이 있는 관정을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관수를 해줘야 하고 짚이나 피복제를 뿌리 쪽에 덮어서 수분 증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종 채소와 과일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정부는 농산물의 수요와 공급조절을 철저하게 관리해 물가가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수입과일 대체제 공급을 조절해 농가들도 큰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폭염피해 최소화를 위해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이 철저한 계획아래 순발력 있게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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