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우 석  < 취재부장 >

‘싹’이라는 명사는 식물의 씨앗이나 가지, 줄기에서 돋아난 눈이나 어린 잎·가지를 통칭하는 단어다. 사람을 가리킬 때는 대개 ‘싹수’로 쓰인다. 싹수가 ‘있다’,‘없다’,‘보인다’,‘노랗다’ 등의 표현으로 그 사람의 앞길을 예단하곤 한다.

 ‘싸가지’는 전라도나 강원도에서 쓰이던 싹수의 방언이다. 싹수와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있다’,‘없다’와만 함께 쓰여 더 극단적인 평가에 사용된다.

싸가지 결핍증이란 말이 있다. 싸가지 결핍증에 빠지면 아래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반말이나 욕설을 내뱉는 게 주된 증상이다.

세상에는 싸가지 없는 인간들이 많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사회에 일갈(一喝)하는 선배들이 없기 때문이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

싹수가 없거나 노란 것은 현재의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앞날 역시 형편없을 거란 장래의 부정적 예고를 담고 있다. 싸가지가 없다란 표현은 더욱 심각하다. 행동과 말이 무례하고 건방지고 오만한 현재 상태를 대변해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어떤가. 오십년 이상 질곡을 거치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세대들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들 선배 세대는 전쟁의 폐허더미 위에서 국부를 축적한 일등공신이다.

전쟁에서 자기 다리와 팔 하나씩을 조국에 바치기도 했다. 그래서 난제 해결 방법도 잘 안다. 어떤 게 나라를 어렵게 하고 어떤 게 나라를 발전시키는 일인지 예측하는 능력 역시 갖고 있다. 그러나 무시당하고 있다.

갓 입사한 직원과 10년쯤 지난 직원이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세월은 몰랐던 것도 알게 해준다. 진실인줄 알고 따랐던 것이 진실이 아닐 때가 있다.

반드시 옳다고 믿은 것도 아닐 때가 많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진리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경험자의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비록 진리가 아닐지라도 진실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순 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한가지라도 버릴 수 있다면 그 배움은 더욱 소중하다. 선배로부터 지식을 체득하고 진리를 깨우치는 과정은 인생에서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선배 세대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후배들이 너무 많다. 온갖 욕설에 저주까지 퍼붓는 몰지각한 부류도 있다. 정치권에서 특히 심하다.

국가 흥망성쇠의 제 1조건은 정치다. 그래서 정치권의 무지와 몰지각은 국가 전체에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수능부정파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선배들의 역할부재에서 파생된 ‘싸가지 부재현상’이다.

자유민주주의 틀이 잘 유지되는 사회일수록 각계 각층에 원로 선배들이 존재한다. 국민들도 선배들이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할 때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간단한 세상 이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충북 사회는 괜찮은가. 아니다. 충북 사회 역시 각종 경망스런 돌출행위로 시끄럽다. 수능부정행위는 정도가 심하다.

어른들의 따끔한 일갈(一喝)을 들은 지 오래다. 싫어서일 게다. 또 서러워서일 게다.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후배들의 등등한 기세와 목청 큰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어깃장에 선배들의 충고의지는 더욱 위축됐다. 그러나 늙은 말이 길을 안다고 했다.

서러워도 소리내야

부모 없이 자식 있을 수 없다. 선후배 관계도 마찬가지다. 후배 세대는 지금 옳은 소리를 할 줄 아는 선배로부터 한마디라도 더 듣지 못함을 아쉬워해야 한다.

바보도 발로 차서 헛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다시 지으려면 집 짓는 기술을 가진 목수가 필요하다. 집 한번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모르면 배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후배들은 배우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특히 지도층 후배일수록 더하다. 자기 주장이 너무 세 탈이 날 정도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가 혼란스럽다. 정치는 정치대로 매일 싸움판이다. 추락한 경제는 불안할 정도다. 사회는 데모천국이 됐다. 현명한 지혜를 가진 선배들의 충고가 절실하다.

사리가 분명하고 제대로 된 철학을 가진 부모·선배·스승·지도자가 있으면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의 사회 병리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싸가지 없는 후배들도 줄어들게 된다.

선배의 지혜와 경험은 후배들에게 밀알과 같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이제 서럽고 더럽더라도 소리를 내야한다. 예전처럼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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