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에너지 절약이다. 그래서 전기나 기름 소비가 많은 겨울철과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당국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홍보물도 배포하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행인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는 장면은 어디서든지 쉽게 목격된다.

비산유국이자 세계 3대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관공서나 금융기관, 유흥업소의 에너지 낭비는 여전하기만 하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캠페인이 한낮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금융기관이나 유흥업소들은 자신들의 영업 이익이나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관공서의 에너지 낭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할 관공서를 보자. 늦은 밤시간 대에도 대부분의 사무실은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다.

업무가 많아 퇴근을 미루고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근무하는 공직자들에게 격려해 줘야 할 일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밤늦게까지 커다란 사무실을 지키며 일하는 공직자들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20∼30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3∼4명만 남아서 일을 해도 사무실의 모든 형광등에 불이 들어와 있다. 단 1명이 근무하더라도 사무실을 대낮처럼 불을 밝혀 놓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

낮에는 어떤가. 굳이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일하는데 지장이 없지만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의 사무실에는 전등이 켜져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점심식사 시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에 대해 계도하고 있는 그들의 실천 자세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고유가 시대에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면서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낭비가 초래하는 폐해는 결국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에너지 절약은 기분에 따라 하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실천해야 할 ‘필수’ 임을 인식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 관공서부터 앞장서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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