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 검사 “수사지휘로 제대로 처리”
경찰 “이미 다 하고 있던 것…사실 호도”

 

2016년 발생한 ‘원영이 사건’을 둘러싸고 검경이 기싸움(?)을 벌였다.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이 사건을 예로 들며 검찰 수사지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과장은 경찰 내부망에 “그런 수사지휘는 필요치 않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검찰 측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원영이 사건’은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화장실에 6세 아이를 가둔 채 학대하고, 냄새가 난다며 발가벗겨 락스를 들이붓고 찬물을 뿌린 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청주지검 강수산나(50·사법연수원 30기)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수사지휘 사례를 통해 본 검사 수사지휘의 필요성’이란 글을 올려 해당 사건에서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검찰이 수사지휘 해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를 했지만 검찰 지휘를 통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담당한 박덕순 전 경기 평택경찰서 형사과장(현 수원서부서 형사과장)은 25일 경찰 내부망에 ‘강검사님 그런 수사지휘는 필요치 않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과장은 “수많은 경찰관이 발로 뛰어 해결한 사건이다. 이를 사무실에 앉아있던 현직 검사가 사실을 호도하면서 ‘경찰관이 수사의 기본인 금융계좌추적을 하지 않아 자신이 이를 지휘해 사건을 해결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수사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같은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박 과장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서장님을 전담팀장으로 하고 지방청 광역수사대, 강력계 직원 23명을 지원받아 총 57명의 경찰관이 정말 밤잠을 설쳐가며 수사했다”며 “책상에 앉아서 서류만 보는 검사는 우리가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 수색 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사 방향을 다면화해 물 샐 틈 없이 수사했던 것이며 한쪽으로만 수사치 않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강 부장검사가 2차례에 걸쳐 강력3팀장을 불러 갔더니 ‘사체 찾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정보 확인하라, 디지털 포렌식 하라’고 지시했다더라”면서 “이미 다 하고 있는 것이며 수사의 기본인데 겨우 그걸 지시하려고 바쁜 수사팀을 검찰청으로 오게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글에 따르면 원영이 계모와 친부의 금융거래내역을 살핀 경찰은 부부가 이상한 장소에서 초콜릿을 구입한 흔적을 확인한 끝에 해당 가게 근처에 원영이 친할아버지의 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묘 주변을 수색하던 중 삽자루를 발견해 이들 부부에게 원영이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앞서 강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에 대한 유기적인 수사지휘로 피의자들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하고 피해자 사체를 신속히 발굴함으로써 암장될뻔한 사안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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