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얼마 전 필자는 새로 태어날 손주맞이 준비에 며칠을 부산하게 움직였다. 집안 여기저기 손 볼 데가 있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방치했던 일을 손에 댄 것이다. 필자는 우선 타일을 붙이는 작업을 손에 대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베란다의 타일이 몇 장 떨어져 있었는데 어찌할까 고민만 하고 있던 터였다. 타일 가게에 들러 질문을 했더니 주인은 바닥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문득 필자는 타일을 직접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비도 공사비였지만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도 싶었던 거였다. 떨어진 타일이 몇 장 되지 않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가 됐다.

필자는 주인이 알려준 대로 타일을 붙이는 데 필요한 접착제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일단 타일이 떨어진 바닥을 깨끗이 쓸고 닦았다. 그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타일을 위로 놓고 정성껏 눌렀다.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한 후 타일 위에 좀 무거운 화분을 얹어 놓았다. 그러면서 그 타일이 철썩 붙어 있기를 기원했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로만 반평생을 살아온 필자에게 그 일은 큰 도전이었다. 타일을 붙이며 설레였다. 그리고 작업 결과가 기대됐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필자는 화분을 치워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였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나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화분이 치워져 있었다. 어머니께서 미관상 화분을 앞으로 밀어 놓았다고 하셨다. 필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타일 위를 걸어 보았다. 그러다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바닥에서 떨어져 몇 년 동안 살짝 덮어 두기만 했던 타일이 단단하게 붙어 있었던 거였다. 필자는 무슨 큰 공사를 해낸 듯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아내도 어머니도 내 모습을 쳐다보며 활짝 웃었다.

타일 공사에 성공(?)한 필자는 이번에는 화장실 줄눈 공사에 돌입했다. 화장실 타일은 모두 단단하게 잘 붙어 있었지만 타일 주변의 하얀 줄이 검게 변색되어 전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화장실을 사용할 딸애가 보기에도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했으면 싶었다. 그래서 줄눈을 긋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그런 일을 평생 해보지 않은 필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닥과 벽면에 줄눈을 정성껏 긋고 또 긋다 보니 어느새 화장실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칭찬에 춤을 추는 고래가 된 필자는 이번에는 다른 화장실도 왁스작업을 하며 청소를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손주맞이 준비에 필자보다 훨씬 바쁜 아내가 필자보다 더 열심히 작업에 나섰다. 그렇게 우리 집은 조금씩 깨끗한 집이 되어갔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가족을 앞세워 아이들이 거쳐할 방 하나의 벽지를 새로 붙이는 작업을 벌였다. 어느새 아이들 방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이제 새 아기만 태어나면 되는 거였다. 우리 가족은 건강한 아이를 순산하기를 빌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딸아이 배는 시간이 갈수록 불러왔다.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았다. 가족들은 모두 기뻐하고 새로 태어난 아이와 산모를 축하해 주었다. 손주맞이 준비에 바빴던 우리 가족은 이제 이 아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필자는 기도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아이들이 자라기에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되기를 기도했다. 아이가 꿈을 가지고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며 살아가길 기도했다. 무엇보다 더불어 살아야하는 세상에서 바른 인성을 가지고 커 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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