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주부터 필자의 직장인 충북연구원이 이사를 했다. 기존 건물이 도로 확장으로 헐리게 되어 바로 옆에 새 건물을 지어 이사한 것이다. 워낙 많은 짐과 인원이 이동하다 보니 이사하는데 4~5일이 걸렸다. 이사하는 동안 전화, 인터넷이 끊겼다. 개인 사무실 짐을 다 옮기고 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안 되니 할 수 있는 업무가 거의 없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치 휴대폰이나 지갑을 집에 놓고 온 심정이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터넷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았었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미래에서 온 종결자 로봇이 현재에서 개발한 최첨단 컴퓨터 칩을 없애는 내용이다. 그 컴퓨터 칩은 현 시점에서 첨단기술로 환영을 받았지만, 미래에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는 단초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 즉, 현재 우리가 개발한 기술 때문에 미래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시나리오는 개봉 당시인 1980년대 만 하더라도 허무맹랑했고,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시나리오가 허무맹랑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로봇의 지배를 당하지 않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한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설마설마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알파고의 압승! 그 이후 알파고는 계속 진화했고, 초기의 빅데이터 기반이 아닌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제로까지 등장했다. 수많은 데이터를 미리 제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는 등의 완전한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실제가 될 것이고 믿게 됐다.

지난 주 지인으로부터 자녀의 학습방법에 대한 푸념을 들었다. 중학교 참관수업을 갔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인의 자녀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해 지인의 폰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수업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애매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칠판이나 책으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는 교육 자료를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넷 학습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걱정되는 것은 이제는 인터넷 없이는 수업도 어렵게 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 상품 등으로 스마트폰의 데이터 사용에 제약이 있는 학생의 경우는 어떻게 하지? 학교에서 조차 스마트폰이 필수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스마트폰 중독에서 아이들을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차피 일상화 된 스마트폰이니 통제가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로 관점을 바꿔야 하나? 등 많은 생각이 오갔다.

필자는 첨단 기술이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학생을 가르치는데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사람끼리의 관계 형성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첨단 기술이 위험하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술을 쫓고, 의존하고, 맹신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인터넷 없이도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기계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이용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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