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처럼 고립돼 있던 우리나라가 기차를 타고 대륙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화 됐다. 오랜 숙원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일부터 나흘간 키르기즈스탄 비슈케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OSJD 장관회의에서 대한민국 가입안건이 만장일치로 의결돼 대한민국이 OSJD의 정회원국이 됐다고 7일 밝혔다. 회원국인 북한이 찬성표를 던져준 덕분이다.

OSJD는 유럽과 아시아 간 국제철도 운행을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로, 국제철도운송협정을 관장하고 국제운송표준 원칙을 수립한다. OSJD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종단철도(TMG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대륙철도 노선 운용에 참가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제기구다. 우리나라가 OSJD 가입으로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포함해 28만㎞에 달하는 국제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유라시아 대륙철도망과의 연계 강화를 위해 2015년 이후 가입을 추진해 왔으나, 가입조건으로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요구하는 OSJD의 정관규정 때문에 그 시도가 번번이 무산돼 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열린 OSJD 장관회의에서 북한은 반대표를 중국은 기권표를 던져왔다.

북한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는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장인 손명수 철도국장은 의제상정에 앞서 공식연설을 통해 회원국에 한국 가입안 지지를 요청했다. 북한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 가입이 최종 결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OSJD가 관장하고 있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있어서 중요한 협약들을 다른 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됐다”며 “화물운송 통관절차에서도 회원국 사이에는 우대를 받을 수 있어 유라시아 철도를 활용한 물동량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한국·러시아 양국 정부가 가스와 철도 등 9개 분야의 경제협력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러시아와 경제협력에 북한도 참여해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 사회의 합의를 토대로 남·북·러시아의 공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극동 진출 확대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OSJD 가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남북이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끊어졌던 한반도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되며 러시아의 파이프 가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대륙과 한반도의 전력계통이 연계돼 효율적인 전력 생산과 소비가 가능해진다면 진정한 남북 공동번영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OSJD 정회원 가입은 향후 우리나라 철도의 유라시아 철도망과의 연계를 위한 국제적 기반이 마련되고, 남북경협 등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남북이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출발해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가는 대륙열차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