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의 본래 지명은 동창이다. 청풍과 충주 관내에는 세 개의 창이 있다. 두 개는 청풍현에 있는데, 하나는 북진의 북창, 두 번째는 서창의 서창이다. 그리고 충주군에서 관할하는 창고로 송계의 동창이 있다.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은 각 관아를 중심으로 방향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용도는 좀 달랐다. 북창과 서창은 세곡을 걷어 쌓아놓은 곡물창고이고, 동창은 유사시 나라에 급변이 생겼을 때 사용하기 위해 군수물자를 보관해두는 창고다. 송계에 이런 창고가 있는 것은 월악산이 있기 때문이다. 월악산은 죽령이나 세재 못지않게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송계계곡을 따라 올라가 미륵리에서 하늘재를 넘으면 문경 관음리 땅이다. 곧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넘어가는 첩경인 하늘재가 월악산에 있기 때문이다. 하늘재는 신라가 북진정책을 쓰며 만든 백두대간 최초의 고갯길이다. 이 재만 넘으면 충주로 해서 한양까지 가는데 거칠 것이 없다. 이런 이유로 월악산에는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를 막은 횡성인 덕주산성이 동쪽과 남쪽에 있다. 송계에 동창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최풍원과 동몽회원들이 마소를 끌고 버들쟁이가 사는 동창 구레골에 도착한 것은 해거름이 되어서였다. 구레골은 구 씨와 여 씨가 피난하여 처음 생겼다하여 구여곡, 구려골이라고도 불렀다. 버들쟁이도 자신의 성이 구 가라 했다. 월악산은 산세가 험하여 예전부터 외지에서 난리를 피해 들어와 숨어 살다 생긴 마을이 골골에 많았다. 구레골 역시 임진란 때 외적을 피해 피난을 왔던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며 생겨난 마을이라 오지 중 오지 마을이었다.

“지난번 사람까지 보내 기별을 받고 허언은 아닌 듯 하여 온 마을 사람들이 달려들어 바구니를 짜고 있는데 이리 직접 올 줄은 생각을 못했소이다!”

버들쟁이 구 씨는 한꺼번에 들어 닥친 최풍원 일행을 보자 몹시 당황해했다.

“수산장에서 만났을 대 내 한 번 들른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최풍원이 버들쟁이를 처음으로 만났던 수산장에서의 일을 상기시켰다.

“그야 그렇지만…….”

버들쟁이 구 씨는 여전히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지난번 주문해놓은 대로 모양과 수량은 맞춰놓았는지요?”

“그건 이틀 정도만 더 만들면 끝날 수 있는데…….”

버들쟁이 구 씨는 계속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머뭇거렸다.

“뭔가 문제가 생겼는가요?”

“그게 아니라, 여기는 산중이라 주막도 없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잘 곳도 마땅찮고, 무엇보다 먹을 것이 변변찮아…….”

“그런 것이라면 과히 신경 쓰지 마시오!”

그제야 최풍원도 버들쟁이 구 씨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그를 안심시켰다.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들인데 어째 그럴 수 있나요. 그래서 마을에서는 바구니가 다 되면 서넛이 지고 북진으로 가려고 했다오.”

버들쟁이 구 씨도 여러 방안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내일 덕산으로 떠나기 전 우리 동몽회원 둘과 소 한 마리를 남겨놓고 갈 것이오. 바구니가 모두 완성되는 대로 구 형은 그것을 소에 실어주기만 하면 우리네 사람이 직접 가지고 갈 것이오. 그리고 먹을거리도 구형은 걱정 마시오. 양식은 우리가 가지고 왔으니 끓여만 주시오!”

“그래도 우리를 찾아온 손님들인데, 사는 게 빈한하니 염치가 없습니다.”

버들쟁이 구 씨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얘들아, 소금 섬하고 베를 내리고, 양식하고 건어물도 풀어 집안으로 들여 오거라!”

최풍원의 지시에 따라 동몽회원들이 마소에 실려 있던 소금 섬과 양식자루 궤짝을 내려 일사분란하게 버들쟁이 구 씨 집안으로 들였다.

“여기 소금 석 섬과 삼베 다섯 필은 바구니 값으로 내놓는 것이니, 구형이 알아서 일 한 양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주시오!”

최풍원이 봉당에 쌓아놓은 소금 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구니 값으로 하면 소금 두 섬이면 거뜬하오. 그런데 왜 이리 많이 주는 거요? 더구나 비싼 삼베까지.”

버들쟁이 구 씨가 바구니 값으로는 너무 넘친다며 손사래를 쳤다.

“남으면 다음에 다른 것이 필요할 때 또 만들어주시오!”

“알겠소이다. 언제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을 주시오. 열일 제키고 그 일부터 해드리리다! 그런데 삼베는 왜 주는 거요?”

버들쟁이 구 씨가 삼베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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