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돈이 된답니까?”

“올 봄에 서창나루에 소금배가 정박을 했었는데, 한양 장사꾼들이 덕곡 어느 집에 소금을 팔러갔다가 약하려고 벽에 걸어두었던 지네를 본 모양이여. 그걸 사가지고 갔는데 물건이 좋다고 한양에 소문이 난 모양이여. 지네야 조선 팔방 안 나는 곳이 없겠지만 덕곡 지네가 워낙 크고 통통해서 약효가 좋다는구먼. 그래서 잡아놓기만 하면 충주에서고 어디고 약상들이 들어와 번개같이 사간다는구먼.”  

“그래 잡으면 얼마나 번답니까?”

“잡기 나름이고 물건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열 마리 한 묶음에 두 푼은 받는다고 하더구먼. 아주 많이 잡는 사람은 종일 쉰 마리를 잡기도 하는데, 보통은 스무 너댓 마리씩은 잡는다고 하니 하루 닷 푼 벌이는 되는 셈이지.”

“닷 푼이면 쏠쏠하네요!”

“쏠쏠한 게 아니지. 닷 푼이면 쌀이 거의 한 말 값인데 촌에서는 큰 벌이지. 매일 그렇게 잡으면 금방 땅도 사게?”

“그럼 매일 잡을 수 없단 말이오?”

“촌사람들은 일하는 손 줄 아남? 지네가 사는 곳이 흙 속이나 썩은 나무나 돌무대기가 쌓인 축축한 곳인데 그걸 하루 종일 파헤쳐야 되는데 그게 쉽겠어. 그리고 그렇게 파헤치면 그 놈이 나 잡아가시우 하고 가만히 있는디야. 그놈도 살라구 도망을 치지. 지네가 얼마나 약빠른데.”

“그런 방법밖에 없는가요?”

“땅이나 돌무대기를 파헤치기 힘든 사람들은 항아리에 닭 뼈를 넣어 땅에 묻어놓고 잡기도 하지.”

“항아리에 닭뼈를 넣는다고요?”

“닭하고 지네하고는 상극 아니여? 닭 뼈를 넣은 항아리나 사발을 지네가 있을 만한 곳에 파묻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지네를 잡는 거지.”

“힘들게 땅 팔 일도 없고, 그게 좋겠네요!”

최풍원이 주막집 할멈의 지내 잡는 방법을 듣고는 반색을 했다.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한가. 그만큼 편하면 돈이 덜 벌리는 게 세상 이치여!”

“그건 또 무슨 말씀이오?”

“우리 것은 무지랭이들은 뭐라도 꿈적거려야 입에 밥이 들어오지, 미물도 우리 노는 꼴은 못 보지. 그렇게 잡으면 하루에 한두 마리 잡기 바쁘지. 그거 가지고는 돈이 안 되지. 그러니까 허리가 끊어져도 땅을 파 엎고, 돌무대기를 파 엎는 거지. 또 잡았어도 그걸 바로 팔 수 있는가. 물건을 맨들라믄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잡고 나서 또 뭘 하는가요?

“손질을 해야지. 남 주머니에 들은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 그리 쉬운 줄 아는가?”

주막집 할멈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돈 버는 일이라며, 지내를 잡아 손질하는 법부터 갈무리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지네는 독을 지니고 있어 잡으면 먼저 독이 나오는 턱을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는 뜨거운 물에 지네를 살짝 익혔다. 그리 하는 이유는 지네의 변색과 오염을 막을 수 있어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마른 수수깡을 한 뼘 길이로 잘라 그 위에 익힌 지네를 올려놓은 다음 지내의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을 곧게 펴서 한 마리씩 실로 묶는다. 지네를 보관하는데 수수깡을 쓰는 이유는 수수깡이 습기를 빨아들이는데 아주 효과적이어서 지네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리씩 묶은 수수깡을 발처럼 길게 엮어 벽이나 처마 밑에 달아 건조시킨다. 바삭바삭하게 마르며 지네 엮은 발을 걷어 둘둘 말아 보관하면 갈무리가 끝나는 것이었다. 덕곡 사람들이 지네를 잡아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잡아 돈을 만들기까지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딱밭골 지소거리에 종이는 아직 뜨지 않는가요?”

“웬걸, 아마 지금쯤이면 동네 전체가 떡치는 소리로 그득할걸!”

주막집 할멈은 닥 두드리는 소리를 그리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니 그 소리와 그 소리가 비슷하게 들릴 것도 같았다.

봉화재에서 구를 듯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제일 처음 닿는 마을이 머우골이고 그 아래로 딱밭골이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딱밭골은 마을 전체가 닥나무 천지였다. 이곳에 종이를 만드는 지소가 있었다. 지소에는 지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둠살이를 하며 종이를 만들어 나라에 공물로 바쳤다. 이곳 딱밭골 지소에서 종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일백년도 훨씬 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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