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을 하루 남겨 놓은 24일 현재 바른미래당의 공천파문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바른미래당의 불협화음은 합당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 송파을에서 안철수와 유승민 두 세력이 경선공천이라는 명분마저 저버리고 대립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정치인생 26년차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다. 갈등의 진원지가 다른 정치인이 아니고 손학규여서 끈다.

손학규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자유당 시절 광명시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이후 신한국당 당적으로 15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경기도지사가 됐으며 다시 통합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2012년에는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기도 했다. 이후 201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유명한 만덕산 토굴로 들어갔다. 2016년 정계에 복귀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에 입당, 안철수 후보 등과 후보 경선에 참여, 탈락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돌연 귀국한 손학규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권유로 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

바른미래당 공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경선을 통해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박종진 전 앵커가 결정된 상황에서 안철수계는 느닷없이 ‘손학규 전략공천’카드를 꺼낸 것이다. 논란이 일자 손학규는 ‘전략공천은 말도 꺼내지 말라’는 입장을 취하며 지난 23일 경에는 박종진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격려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다 하루가 지난 24일 손학규는 안철수의 전략공천 카드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박종진 후보는 이를 두고 ‘쇼크에 빠졌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이같은 손학규의 정치 행보를 보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는 것 같다. 당의 가치나 명분보다 개인의 실리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전형적인 철새정치의 모습인데다, 대권이든 국회의원이든 당내 후보경선에서 패하면 이긴 후보를 돕는 것이 원칙이지만 손학규는 패하면 매번 당을 떠나거나 칩거해 승리한 상대 후보를 돕기는커녕 당의 이미지 추락을 거드는 쪽이었다. 2012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정치행보를 보였던 사실을 국민들은 잊을 수 없다.

모든 당의 목표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송파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는 이해할만 하지만,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설사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공정하지 않은 과정으로 공천 받은 후보자를 지역주민이나 당내 구성원들이 신뢰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껴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손학규가 내세우는 온갖 명분은 자신만의 명분일 뿐이다. 공정하지 않은 과정을 거친 후보가 내세우는 감언이설과 같은 명분들에 더 이상 휘둘릴 국민이 없다. 손학규식의 구시대적 정치문화는 이제 정계에서 사라져야 한다. 공정한 과정이나 진정성을 버리고 화려한 수사(修辭)로 국민을 사로잡을 시대는 지났다. 정계에 입문하는 후배들은 손학규식 구태정치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철저히 경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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