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한 주는 한국 역사상 가장 긴 1주일 같이 느껴졌다. 전 세계가 한반도의 판문점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이전 두 번의 남북정상 만남보다 더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발걸음, 몸짓, 얼굴 표정 하나 하나에 집중해 바라보았다. 필자는 출장 가는 길에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지켜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북쪽 땅으로 넘어갔다 오는 순간, 두 정상이 사열대 앞에 서 있는 순간, 전통 의장대와 함께 걸어가는 순간에는 눈물이 흘렀다.

6·25 전쟁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부모 세대가 북한과 인연이 있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를 뜨거움이 밀려왔다. 필자는 두 정상이 만나는 순간에 마치 아버지가 오랜 시간 헤어졌던 아들을 만나는 순간처럼 가슴 벅참을 느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손만 잡고 있어도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아는 사이 같았다.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 출발점이었다.

모든 사회적 이슈가 남북 정상회담에 빨려들어 가는 듯 했다. 삐딱하게 바라보는 일부 정치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이 축제처럼 들뜨고 기대되는 한 주간 이었다. 앞으로 진행될 북미회담, 남북미 3자회담 등이 더욱 기대되며 우리는 벌써 통일의 문턱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을 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온다. 여행사들은 발 빠르게 상품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고, 건설사들은 제2의 성장기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한을 남한과 같은 교통체계로 만들려면 수 천조의 예산이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핵, 분쟁, 갈등, 전쟁 등의 단어는 먼 옛날이야기가 됐고, 모든 것이 기회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토의 중앙임을 자랑해왔던 충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호남~충청~강원을 잇는 새로운 발전축인 강호축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까? 북한이 개방되면 모든 경제, 건설, 관광 분야의 초점이 북으로 향하게 될 터인데 5% 충북경제는 가능한 것일까?

충북에게는 힘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5% 충북경제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고, 강호축은 환황해권에 밀려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한반도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기존의 자본, 기업, SOC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으로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전략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남북간 자유로운 교류, 더 나아가 통일이 된다면 경제적으로 대 혼란이 올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후유증이 발생할 것이다. 기꺼이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지만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남에서 북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북에서도 남으로 올 것이다. 그때 충북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서 배우러 오는 북쪽의 학생들을 잘 받아들이고 교육시켜야 한다. 충북은 이미 대형 댐을 만들었을 때 일어나는 사회적 갈등을 경험했으며, 바이오와 태양을 이용한 친환경발전에 선구자이며, 이념과 경쟁이 필요 없는 세계무술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충북을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기회의 땅으로 제공해야 한다. 북한에서 가장 가고 싶은 남한의 땅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비록 국토의 중앙 자리는 내어줄지라도 남북화합의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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