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손을 잡은 것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표식이 있는 도보 다리 위에 배석자 없이 약 30분 동안 이야기를 했고 그것을 우리는 TV 생중계를 통해 보았다. 다른 정상회담과 달리 통역 없이 두 정상만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 회담이 주는 의미를 더욱 키워주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에 구체적 플랜이 없다’, ‘위장 평화 쇼다’, ‘남북정상회담은 평화위장 대사기극', 배석자 없는 만남은 밀실회담이라면서 폄하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문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는 문구가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에 있어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으로 ‘한반도 내의 핵무기는 연말까지 모두 폐기한다’와 같은 합의를 원한 사람들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일반 사람들은 두 정상의 만남으로 모든 것을 한 번에 결정하는 단판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반도와 남북한의 문제는 남북 정상이 단판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다. 우리 외교 역사에 있어서 최고의 외교가로 회자하는 서희의 담판(談判) 기술이 있어도 65년간 얽히고설킨 남북한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됐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 질서 속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판문점 선언과 같이 선언문 작성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의 문제가 아니고 북한과 미국의 문제가 됐고, 정전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합의도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 협정의 당사자는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대한민국은 그곳에 없었다. 이것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실효가 있으려면 선언문에서와 같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협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는 사업도 대북한 유엔 제재와 연계된 문제이다. 유엔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선언문의 실질적 교류는 항상 문제의 소지를 가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합의가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강화 담판으로 평화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한 이번 정상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진다. 한반도 비핵화와 적대적 관계가 단판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오랜 담판의 시간이 요구된다. 대립적 국제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후통첩까지 감내하면서 인내가 필요하다. 그 인내는 국민이 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까지 할 수 있다. 남북한은 지금까지 합의만 하고 실천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합의가 종이로만 존재했다. 우리는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이제 나머지 반을 인내로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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