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충청도의 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장단을 만나 간담회를 갖는 박근혜 총재와 한나라당은 충청권의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을 정확히 읽기 바란다. 한나라당을 향한 충청도민들의 여론은 악화일로에 있다. 한나라당이야 충청권을 그저 얼마 되지 않는 표 정도로 인식하고 적당히 구슬리면 된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충청권은 한나라당을 신뢰할 수 없는 정당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원인은 물론 한나라당이 제공했다.

지난 16대 국회 말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킬 때 한나라당의 많은 의원들이 찬성했기에 가능했다. 곧 실시될 17대 총선을 의식해 마지못해 통과시켜 놓고는 돌아서자마자 공공연히 반대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간 신행정수도 문제를 한나라당이 어떻게 접근할지는 몰라도 충청도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국가전체를 위한 시각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충청인은 없다. 충청도를 상대로 한나라당이 벌이는 정치쇼에 식상해 있을 뿐 아니라 가슴을 열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충청권이 한나라당에 실망하는 이유는 단지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충청권을 대하는 한나라당에게서 진실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충청권이 등을 돌리는 핵심사유이다. 정치의 속성 상 충청권 보다 숫자가 더 많은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중플레이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 당하는 충청권이 받는 모멸감과 자괴감을 상상이나 해봤는가.

박 대표의 충청권 인사들과의 간담회 개최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의 충청권 여론을 수렴해  한나라당 차원의 대안 제시를 위해 마련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묻겠다. 정말로 충청권의 여론을 알지 못해서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지,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진정으로 모른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이제와서 충청권 발전 대책이니 뭐니 부산을 떤다고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충청도민들이 한나라당에게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투명한 진실성임을 잊지 말라. 그 토대 위에서만 화해도, 대안제시도 현실성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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