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주 서울에서는 재활용폐기물 수거업체에서 폐비닐을 수거하지 않아 폐비닐대란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분리수거 기준을 지키지 않아서 수거업체에서 가져가지 않는다는 보도를 듣고 좀 이상했다. 비닐을 완벽하게 깨끗이 씻어서 배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어지간히 오물이 묻은 비닐은 대부분 수거해 갔었기 때문이다. 수거업체와 주민간의 문제로 알려졌던 것이 속내를 들여다보니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아파트의 경우 폐비닐, 폐지, 폐가전 등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대부분 수거업체와 협약을 맺어서 수거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 수거업체는 폐기물을 직접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 선별하는 선별업체로 가져간다. 선별업체에서는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종류별로 선별하게 된다. 이것을 재활용업체가 가져간다. 우리가 버린 또는 분리해서 내놓은 폐기물은 3-4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재활용이 된다. 이 처리과정에서 단계별 물량이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재활용 과정에서 유통되는 폐기물 양 보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량이 훨씬 많다. 남는 폐기물을 그 동안 소각하거나 땅에 묻거나 해외에 돈을 주고 수출(?)해 왔다. 물론 우리나라도 외국으로부터 폐기물을 수입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에서 수입량을 줄이면서 수출(엄밀히 말하면 처분)하던 폐비닐이 우리나라에 남게 된 것이다. 물량이 남으니 폐비닐 단가가 떨어지고, 분리업체에서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오물이 묻은 비닐을 받지 않는다고 한 것이고, 그래서 수거업체도 기준을 까다롭게 한 것이다.

우리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없이는 살기 어려운 생활환경에 처해 있다. 일회용 용품도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매일 마시는 페트병 물, 음료수, 커피는 플라스틱에 담겨져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으레 비닐봉투에 담아준다. 대형마트를 제외하고는 비닐봉투에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반 이상은 플라스틱, 비닐 등 자연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재질들 이다.

서울시의 폐비닐대란은 수거업체나 주민간 갈등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버린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즉,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양 보다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 어쩔 수 없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돈을 주고 떠 넘겨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고, 이번 폐비닐대란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하게 된다.

환경부의 정책도 한계가 있다. 우리 소비자 개인 개인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렵고 불편하지만 커피숍에 갈 때 개인용 컵을 가져가서 ‘이 컵에 담아주세요’라고 해야 한다. 마트에 갈 때도 천으로 된 쇼핑가방을 가져가야 한다. 페트병 물 대신 텀블러나 보온병에 물을 담아서 마셔야 한다.

얼마 전 마닐라 해변에서 죽은 고래의 사체에서 29kg에 달하는 폐비닐이 나왔고, 이것이 고래의 사인이라고 한다. 바다 어느 지역에는 플라스틱 섬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는 플라스틱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커피숍에 갈 때 스테인레스 잔을 가져가서 “이 컵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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