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재주를 가졌구나!”

최풍원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돌병이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누가 재주를 보이겠느냐?”

도식이가 무뢰배들을 보며 말했다.

“형님, 제가 해보이겠습니다!”

무뢰배들 중에서 수수깡처럼 호리호리한 녀석이 앞으로 나섰다.

“그럼 호달이가 한번 형님들 앞에서 재롱을 부려 보거라!”

“제 특기는 공중제비입니다요. 공중제비라면 저는 밥도 먹지 않고 하루종일이라도 돌 수 있습니다요.”

호달이가 말을 마치자마자 장마당에서 공중제비를 시작했다. 호달이가 얼마나 빨리 공중제비를 도는 지 몸이 마치 굴렁쇠처럼 보였다. 한동안 공중제비를 돌던 호달이가 최풍원과 임방주들이 앉아있는 잔칫상 앞에 사뿐히 두 다리를 디디며 내려앉았다. 그 동작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마치 나비가 꽃에 앉는 것처럼 보였다.

“대방, 대단합니다요.”

최풍원 옆에 앉아있던 학현 배창령 임방주가 박수를 쳐대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오. 그런데 그렇게 공중제비만 돌아 뭐에 써먹는단 말이냐?”

최풍원이 재주는 대단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는 공중제비는 무엇 때문에 도느냐는 투로 호달이에게 물었다.

“큰형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요. 저기 돌병이 놈 팔매질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저를 맞히는 못합니다!”

제 재주를 보이고 앉아 쉬고 있던 돌병이를 가리키며 호달이가 비웃듯 말했다.

“뭐여! 니 놈이 내 팔매질에 마빡이 터져봐야 정을 다시겠느냐?”

돌병이가 발끈하며 일어섰다.

“열 보 밖에서 네가 나를 그깟 팔매질로 맞춘다면, 내 평생 널 형님으로 모시겠다!”

호달이가 장담을 했다.

“형님, 어떻게 할깝쇼?”

돌병이도 확신에 차 도식이에게 물었다.

“그만들 두게! ”

최풍원은 혹여 두 사람 중에 누구라도 다치게 될까 걱정이 되어 말렸다. 그러면서도 공중제비가 아무리 빨라도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는 돌팔매질을 어떻게 당해낼까 싶었다. 그것을 호달이가 알아차렸는지 돌병이와 맞서며 앞으로 나섰다.

“큰형님, 저놈 돌팔매질 하나를 피하고 두 개를 던지기 전에 내가 저 놈 뒤에 가있을 것입니다!”

“그럼, 한번 해보거라.”

두 사람의 실랑이를 보고 있던 도식이가 최풍원 대신 허락을 내렸다.

구경꾼들이 양 옆으로 물러나고 호달이와 돌병이가 서로 거리를 두고 맞보고 섰다. 돌병이가 주머니에서 돌을 꺼낼 준비를 하고 호달이는 앞을 노려보며 공중제비를 넘을 준비를 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긴장이 되어 모두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시작하거라!”

도식이 명령이 떨어졌다.

호병이가 공중제비를 시작하자마자 돌병이가 잽싸게 주머니에서 돌맹이를 꺼내 팔랑개비처럼 돌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호병이를 향해 날쌔게 던졌다. 돌이 호병이를 향해 날아갔다. 호병이는 좀 전보다도 더 빨리 돌았다. 얼마나 빠른지 굴렁쇠처럼 감긴 몸이 머리와 다리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돌이 분명 굴렁쇠 중심을 향해 들어갔는데 호병이의 공중제비는 멈추지 않았다. 돌병이가 다시 두 번째 돌맹이를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대는 순간 호병이는 굴렁쇠처럼 감긴 몸을 풀며 길게 공중제비를 쳤다. 그리고는 다시 돌을 던지려는 찰라 이미 두 손으로 돌병이 정수리를 집고 뒤로 떨어지며 섰다.

“에잇!”

돌병이가 돌아서며 돌맹이를 던지려고 했다.

“멈추거라!”

도식이가 돌병이에게 소리쳤다.

“끝까지 해보자꾸나!”

돌병이가 분이 풀리지 않아 도식이 말을 무시하고 호병이에게 외쳤다.

“이미 끝난 싸움이다. 졌으면 승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내놈들 아니겠느냐?”

도식이가 돌병이를 나무랐다. 돌병이가 식식거리며 주저앉았다. 

“두 사람 모두 재주가 출중하니 그만들 두게!”

최풍원이도 두 사람의 재주를 칭찬했다.

“큰형님, 마지막으로 제 재주를 마저 보여드리겠습니다요.”

호달이가 말을 마치더니 곧바로 공중제비를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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