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던 무뢰배들과 꽁꽁 묶인 도식이가 공포에 떨며 하얗게 질렸다. 말릴 틈도 없이 최풍원이 도식이의 얼굴을 바윗돌로 내리쳤다. 눈 깜박할 새였다.

“으악!”

도식이가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던 장터 구경꾼들도 일시에 비명을 질렀다. 최풍원이 던진 돌은 도식이 머리맡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 서너 치만 머리 쪽으로 떨어졌어도 도식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었다. 모두가 질겁했다.

“잘 들어라 이놈! 오늘 이후로 또 다시 네 놈과 패거리가 북진에 나타나 얼씬거린다면, 네놈 아가리에 반드시 사잣밥을 퍼 넣을 것이다!”

장마당이 떠나갈 정도로 최풍원이 도식에게 엄포를 놓았다.

“…….”

저승 문턱까지 갔다 온 도식이가 넋이 빠져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도식이 수하의 무뢰배들이 최풍원을 향해 일시에 달려들었다. 북진본방 임방주들도 최풍원을 감싸며 달려들 기세였다. 큰 싸움이 벌어질 절체절명의 살벌한 순간이었다.

“그만들 두거라!”

도식이가 제 수하들을 말렸다. 그리고는 최풍원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구 형님, 용서하시오!”

 도식이가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용서고 나발이고, 앞으로 다신 북진에 나타나지 말거라!”

최풍원이 매정하게 잘라 말했다.

“지가 어리숙해 미처 형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시오!”

도식이가 재차 용서를 빌었다.

“…….”

최풍원이가 말없이 도식이를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실 테니, 제발 지들을 수하로 거둬주시오!”

“필요 없다! 너희들 같은 건달들을 수하로 들여 뭐에 써먹겠느냐?”

최풍원이 고개를 모로 저었다.

“형님이 거둬만 주신다면 뭐든 성심을 다할 테니, 제발…….”

도식이가 두 손을 싹싹 빌며 매달렸다.

“네놈들은 청풍도가에서 낙전을 받아먹는 놈들 아니냐?”

도식이패가 청풍도가의 휘하에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북진본방으로 오려하는지 그 이유를 최풍원이 물었다.

“실은 형님, 청풍도가로부터 지들이 낙전을 받아먹은 것도 예전 일입니다요.”

“그게 무슨 소리냐?”

“청풍도가는 도가도 아니요. 도가라면 여러 장사꾼들이 골고루 혜택을 봐야하는 것 아니오? 그런데 이젠 김주태의 독무대가 되어버렸소이다.”

“김주태의 독무대라니?”

“김주태가 제 혼자 모든 것을 쥐고 흔들어대니 그게 김주태 도가지 청풍도가겠소?”

“김주태가 쥐고 흔들든 말든 너희야 낙전이나 받아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

“줘야 먹지요.”

“그럼 날로 부려먹었단 말이냐?”

“날이나 마찬가지지요. 이전에 도가가 잘 운영될 때는 그리 했지요. 그런데 김주태가 차지하고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우. 청풍읍장에서 앉은장사들은 물론 뜨내기 행상들까지 도가에 장세를 내지 않으면 보따리를 풀 수도 없다우. 우리 신세도 마찬가지가 되었다우. 그래도 이전에는 장이 서거나 일이 생기면 던져주는 낙전으로 그럭저럭 우리 동생들과 가용을 썼는데 김주태는 그걸 싹 없앴소. 그러고도 자기 일은 일대로 부려먹으며 우리들에게는 장바닥에서 알아서 뜯어먹고 살라는 거요. 그러니 어쩝니까? 먹고 살려면 장꾼들 등을 처서라도 살아야지요. 우리가 북진을 온 것도 여기오면 삶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뭐라도 뜯어먹을 게 있나 해서였소. 이제 그것마저 할 수 없게 됐으니 형님이 우리를 거둬주시오!”

도식이가 북진장까지 오게 된 사정을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최풍원에게 자신들을 받아달라고 통사정했다.

“그러면 내 하라는 대로 따르겠느냐?”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그렇다면 오늘부터 우리 북진본방으로 들어오너라!”

최풍원이 도식이 패를 받아들였다.

“얘들아, 큰형님께 인사를 올리거라!”

도식이가 명령하자 무뢰배들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일시에 고개를 숙였다.

“좋다! 오늘은 한꺼번에 동생들도 얻었으니, 함께 장마당에서 크게 잔치를 벌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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