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배들은 장을 오가는 장꾼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고는 눈을 부라리며 위협했다. 놈들은 장꾼들의 돈이나 물건을 갈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역시 녀석들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북진장을 훼방하기 위해 장마당을 쏘다니며 후정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최풍원이 몰려다니는 무뢰배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그러는 네 놈은 무엇을 하는 놈이냐?”

장꾼들을 괴롭히고 있던 무뢰배들 중 한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대거리를 했다.

“이 분은 북진본방 대주 최풍원이시다!”

다부진 몸매의 양평 김상만 임방주가 최풍원의 신분을 알렸다.

“대방이고 소두방이고 내 알 바 아니고, 이렇게 큰 장을 벌였으면 우리도 먹고 살게 물목 좀 넘겨주는 것이 상도덕 아닌가?”

“대주, 저 놈이 도식이오. 청풍에서는 아주 소문난 개고기요!”

연론 임방 박한달이가 무뢰배 중 왕초인 도식이를 알려주었다.

도식이는‘떠억’ 벌어진 어깨하며 황소처럼 두두룩한 목이 몸통과 일체를 이룬 딴딴한 모습이었다. 한눈에도 도식이의 온몸에서 힘이 솟구치고 있는 것을 여러 보가 떨어져있음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도식의 모습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다 성질까지 더럽기로 소문이 파다해서 장마당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도식이에게 맞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네놈이 어떻게 먹고 살든 내 알 바 아니고, 네놈들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 더구나 이 북진에서는 네놈들 행패는 어림없다!”

풍원이가 도식이의 요구를 단칼에 잘랐다.

“가소로운 놈!”

도식이가 기가 차다는 듯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도식이가 살진 누룩돼지처럼 팔자걸음으로 어기적거리며 풍원이 앞으로 다가왔다.

“대주, 뒤로 물러나슈!”

김상만과 박한달이 최풍원을 막아섰다.

“아니오!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요!”

“기어이 네놈이 해보겠다는 거냐!”

도식이가 빠르게 최풍원 앞으로 달려들었다.

애당초 두 사람은 될 싸움이 아니었다. 키도 그러했지만, 몸집도 도식이가 최풍원의 배는 족히 넘었다. 게다가 거친 무뢰배들 틈에서 싸움박질로 굴러먹은 도식이와 등짐을 지고 다니며 물건만 팔던 최풍원이 대적이 될 리 만무했다. 곰과 개의 싸움이었다. 최풍원이 어떻게든 달려들어 보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도식이는 울 안에 가두어놓은 짐승 다루듯 손쉽게 최풍원이를 다뤘다. 최풍원이 도식이의 매를 피해보려고 붙으면 주먹질이요, 떨어지면 발길질이었다. 도식이가 질러대는 주먹질과 발길질에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은 풍원이의 얼굴은 금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맞지 않으려고 떨어지면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 발차기가 들어왔고, 붙으면 허리를 감아쥐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최풍원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최풍원은 개구도 치지 못하고 도식이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최풍원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맞으며 그저 끈질기게 버티는 것 뿐이었다. 온 몸이 피멍 투성이가 되었는데도 최풍원은 굽히지 않고 도식이에게 대들었다. 도식이가 땅바닥에 내동댕이를 치면 최풍원은 땅바닥에 나가떨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달려들었다.

최풍원의 저고리는 갈기갈기 찢어져 걸레가 되었고, 맨살이 들어난 몸은 긁기고 찢겨져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최풍원은 도식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면 도식이는 복날 개 패듯 최풍원이를 두들겨 팼다. 한나절이나 장바닥을 휩쓸며 두 사람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결국 두 사람의 싸움은 도식이의 매를 더 이상 버티어내지 못한 최풍원가 혼절을 하자 끝이 났다.

그러나 그것으로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임방주들에 의해 북진본방으로 들려왔던 최풍원이는 정신이 들자 다시 장마당으로 나가 도식이와 싸움을 벌였다. 또다시 일방적인 싸움이 계속되었다. 때리기만 하던 도식이도 때리다 지쳐버렸다. 쇠가죽보다도 질긴 최풍원이의 지독함에 도식이 머릿속에서도 점차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하자!”

도식이가 지쳐서 화해를 청했다.

“네놈이 이 자리에서 날 죽이지 못하면 넌 오늘 내 손에 죽어!”

최풍원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그 눈빛을 보는 순간 도식이도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지독한 놈을 괜히 건드렸다는 후회가 순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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