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림 청주 상당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최근 연극계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미투 운동으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게 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특히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운동인 ‘미투 운동’은 나에게 대단히 충격이었다. 단순히 당사자가 누구인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유교적 사상 때문인지 성 문제만큼은 항상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은 은폐하고 참는 게 당연했고 사회 역시 이런 문제들을 쉬쉬했다. 명백하게 가해자가 있는데 어째서 피해자도 지탄받고 숨어야 했을까?

드라마에서 가끔 나오는 장면이나 실제 사건을 보면서 피해자의 답답함에 가슴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속 시원하게 말해버리면 되는데 왜 저렇게 아닌 척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얘기가 아닌 나의 얘기라면. 같은 여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나 역시도 입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눈과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들.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을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미투 운동으로 대한민국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모 신문의 기사에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이 약 24% 증가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상담 내용에는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었고 피해 경험이 상기돼 말하기를 결심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는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피해자들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물론 변질되고 공작된 폭로에 제2의 피해자가 생길 수는 있다. 피해자를 사칭해 개인적 감정으로 보복하려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사회적 이슈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이 운동이 대한민국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성이라는 존재를 넘어 약자들이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증거가 아닌가?

줄줄이 터져 나오는 기사는 단순히 정치권, 연예계처럼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내 가족, 내 이웃, 내 동료.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주변은 과연 안녕하시냐고.

입 밖으로 내기도 어렵고,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이야기를 그들은 용기 내어 말하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외면이 아닌 경청으로 방관의 자세가 아닌 응원으로, 그들의 용기에 대한 격려와 박수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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