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문제가 충청권을 강타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신행정수도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태풍이 불어 닥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한판 승부가 그러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한판 승부 또한 그러하다. 둘 중의 하나는 피해를 봐야하는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권의 시민단체들도 맨발 벗고 나섰다. 이제는 신행정수도이전의 문제를 넘어서는 충청권의 자존심을 건 싸움처럼 보여진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힘이 헌재의 정통성을 흔들어 놓을 만큼 크다면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으로 명칭 함이 옳을 것이다.

어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서울만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나 헌재의 법관들에게 놀아나야 하는 것이며, 국민들이 피땀 흘려가며 납부한 세금의 대부분이 서울 중심의 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라 하겠다.

충청도민이 분개하던 대전역 광장에는 1만여명의 성난 도민들이 모여 헌재를 규탄하고 국회의 해산을 외치며 “신행정수도이전 사수”하자는 구호와 함께 혈서와 삭발로서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신행정수도이전 반대’를 위한 서울 시민의 집회는 1천여명만이 모이는 서울시민의 무관심으로 치러졌다.

결국 서울시민이 결사반대한다는 주장은 거짓이었으며 소수 기득권과 정치권의 장난이었음이 들어난 것이다.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시민운동을 과연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겠는가?

대전역 광장에서 벌어진 궐기대회는 사실상 충청도민이 정부에게 보내는 첫 번째의 강력한 메시지라 할 수 있었다.

서울 시민이 외면한 서울행사도 문제라 하겠지만, 충북에서 참석하는 단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못해 참석한 사람들과 형식적인 얼굴 내밀기의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특기인 목소리만은 요란했다.
신행정수도이전이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청주국제공항, 어느 것 하나도 충북으로선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들이다. 이런 중대한 일에 자치단체는 한 발짝 뒷전에서 간섭만 하려하며, 앞장서는 시민단체들은 생색내기에만 열중한다.

사실상 무엇이 중요한지를 잊고 있는 모습을 볼라치면 가슴이 답답하고 말문이 막히곤 한다. 시민운동은 시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운동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시민단체는 시민의 목소리보다는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들의 모임”으로 변해버렸다.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는 시민단체의 행사는 결국 명분을 잃게 되고 시민단체 대표들의 모임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시민단체란 어느 관심분야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참교육을 위한 모임이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을 찾아 투쟁이란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면 단체구성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단체에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가 뒤따를 것인가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자치단체의 권위적인 행동은 시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일’에 소홀하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우선돼야 하지만 주어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행정력은 자신들의 아집에만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경쟁시대 다른 도시는 뛰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지만 우리도시는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여유 만만한 거드름으로 일관하며 뒷짐을 지고 바라만 보고 있다.

이 욱  <청사모 기획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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