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인 홍재형 의원이 한 TV방송 프로에 출연해 “대법관으로 가지 못한 사람이 헌법재판관으로 간다”는 말을 했다. 이는 헌법재판관보다 대법관이 우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이 이 말을 한 배경에는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따른 충청권 주민들의 반발을 대변하려는 취지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홍 의원의 이 행동은 ‘오버액션’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법리적용을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습헌법을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고 법조계서도 이 법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이지만 공인 신분에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한 것은 홍 의원이 법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 법정에서 재판관이 판결할 때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과 당시 사회상에 반영된 국민의 법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도 당연히 이에 준했을 것이다.

국민의 법 감정이라는 것이 계량화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신행정수도 건설을 바라는 충청권과 이를 반대하는 수도권 주민들의 의식공간 사이에서 헌법재판관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적용했을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해당사자간 억울함과 당연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억울하다는 충청권과 당연하다는 수도권, 이와 같은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으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여당 지도부의 한 축인 홍 의원이 공개적으로 재판관을 비하하면 앞으로 법원의 권위가 어떻게 설 수 있을지 우려된다.

홍 의원 자신도 지난 17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홍 의원에 대한 혐의 자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안이 경미하다는 검찰의 판단으로 홍 의원이 재판정에 서지 않은 것이다. 당사자인 홍 의원은 검찰의 처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신을 처벌하지 않은 법률적 판단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충청권의 중견 국회의원인 홍 의원이 인기에 연연한 발언으로 발목잡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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