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헐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우리나라 검찰조직에서 촉발되더니 급기야 문화계에까지 다다랐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꾸려진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현직 부장검사를 21일 재판에 넘겼다. 조사단 출범 이후 기소되는 첫 사례다.

조사단(단장 조희진 동부지검장)은 이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모 부장검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기소했다. 조사단은 2차 피해를 우려해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 검찰 내 성추행 등 성범죄와 관련한 제보를 이메일을 통해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김 부장검사의 강제추행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김 부장검사를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고 이틀 뒤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조사단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 사건 및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부당인사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법무부 인사기록을 검토하며 서 검사의 인사발령 및 사무감사에 관여한 검찰 관련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안 전 국장을 소환할 전망이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인 배우 조민기씨가 성추행 연루 의혹이 제기돼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조 씨는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청주대는 이달 초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조 씨를 정직 3개월에 중징계 처분했다고 20일 밝혔다.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조 씨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자 대학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오는 28일자로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위여부를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전체에서 불고 있는 미투운동이 노벨문학상 소식이 들릴 때마다 독보적인 후보였던 고은 시인에 대한 폭로를 이끌어냈다. 연극인 이윤택은 밀양 연희단 거리패 합숙소에서 수년간 여자배우들을 성추행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피해 여성들이 한두 명 아니다. 가히 충격적이다. 함께 숙식하며 공동 생활하는 연극인들의 피해가 유난히 심각하다. 문화예술계의 성폭력은 도제식 사제관계에서 전권을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권력형 성폭력인 경우가 많다.

미투운동이 필요한 곳은 문화계 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 저변에 해묵은 적폐처럼 깔려 있는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근절되지 않을 문화다. 수많은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내 과거의 피해를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곪았던 환부가 터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어린시절 학교교육에서부터 성교육을 제대로 해 잘못된 성인식을 바로잡아가는 학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폭력 후 이들이 겪는 2차 피해를 막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성 인지에 관한한 전 세계가 미숙하다. 나이 경제 학력 등 어디나 약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 속에서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투운동이 음지 속에 머물지 않고 공론화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근본적인 성문화 개선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동참해야 할 때다. 미투운동이 단순한 폭로에 그치지 않고 결실을 보려면 사회 시스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한두 사람의 가해자를 벌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피해를 방조하고 묵과했던 내부 문화를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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