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명절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 한 특별한 연휴였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밤늦게까지 설 명절을 보낸 많은 시민들이 귀경길 혼잡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집안에서 올림픽 중계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선수들의 선전에 응원하며 환호와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총리 등 정치권에서도 연휴기간 동안 경기장을 찾아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모든 선수들이 피땀 흘리며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동안 유력한 금메달 예정자를 꼭 찍어 인증샷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의원에 대한 시시비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켈레톤 남자 1인승 마지막 경기에서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박 의원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구역에 들어가 윤성빈 선수를 격려하는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노출된 것이다. 그 장면은 누가 봐도 과장된 행동처럼 보였다. 윤 선수는 이미 금메달이 예상됐던 터에 굳이 정치권의 인사가, 더욱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 그런 과장된 응원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국민 누구나 의아심을 갖게 하는 행동이었다. 적어도 정치권 인사라면 어떤 특정한 선수를 떠나 선수 누구나 공정하게 응원해야할 책무가 있다. 한 선수가 피땀 흘려 훈련한 결과물로 얻은 금메달이 한 정치인의 홍보용으로 전락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 두고 다른 당 소속의 정치인들은 마치 비판의 빌미를 잡은 것처럼 신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공개논평을 내면서 비판하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형사소송까지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야말로 가관이다. 선수들의 경기장을 정치판의 세력싸움으로 이용하겠다는 전형적인 작태다. 임시국회마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국회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매번 명절이면 정치권인사들은 지역구를 찾아 고개를 숙인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태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속는 줄 알면서도 다시 한 표를 던지게 된다.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 국정농단 세력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지원, 지방선거, 개헌 등 어느 때 보다 이슈가 많았던 설 명절이었다. 정치인들은 설 차례 상 앞에서 국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으며 어떤 고민들을 털어놓았는지 귀담아 들었기를 바란다.

명절 연휴가 끝나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정치권도 임시국회 정상화를 비롯해 설 민심을 새겨 본분에 충실하기를 간곡하게 바란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철부지 아이들처럼 금메달이 예정된 선수를 기다리며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정치에 홍보하려는 의원이나, 이를 두고 형사고소 운운하는 정치인이나 한심한 모습은 그만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 명절로 국회가 해야 할 산적한 현안을 순차적으로 해결하게 위한 시동을 거는데, 설 민심이 좋은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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