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협력업체 피해 불가피
완전 철수땐 자동차산업 기반 약화…정부 “정상화 방안 협의”

GM(지엠)이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자 충북을 비롯한 전국 3천여개 협력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3일 지엠은 “한국지엠의 존립 및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올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엠에 따르면 군산공장은 지난 3년간 20% 수준의 가동률로 운영됐으며 계속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는 등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지난 8일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간 상태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알려지면서 협력사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 폐쇄 결정으로 충청지역 자동차산업계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한국지엠과 거래하는 협력업체(1∼3차) 수는 3천여개가 넘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가입된 충청지역 업체 중 충북 3곳, 충남 7곳, 대전 1곳, 세종 1곳이 한국지엠을 주거래처로 하고 있다.

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업체와 하위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예상 피해상황 등은 나오지 않았으나 업계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수출·생산 등 여러 지표상 7∼8년 전으로 뒷걸음질하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 군산공장 폐쇄로 이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156만202대로 전년(160만154대)보다 2.5% 감소했다. 지난 2014년 이후 이어지던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인 것이다. 수출은 더 부진하다. 지난해 국산차 수출량은 253만194대로 전년(262만1천715대) 대비 3.5% 줄며 2013년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하면서 생산도 최근 7년래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411만4천913대로 1년 사이 2.7% 감소했다.

지엠에서 규모가 더 큰 국내 다른 영업장까지 축소 또는 폐쇄 등의 조처를 한다면 훨씬 심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지엠이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국내 경쟁업체들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동차 산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북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내수 점유율이 낮고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적다”며 “한국지엠 협력업체 대부분이 다른 완성차업체들과도 거래하는데 협력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돼 다른 완성차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 자체가 큰 혼란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장들도 공황상태다. 소비자들이 공장 폐쇄를 결정한 업체의 자동차 구매를 꺼릴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청주의 한 한국지엠 영업직원은 “구매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이 환불을 요청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며 “지엠에서는 단순히 공장 한 곳을 폐쇄하는 것이겠지만 밥줄이 걸린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대해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일자리와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GM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지엠측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한국 정부 및 이해관계자와 성실히 협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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