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다음달 9일이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예산이 들었다. 그러나 큰 관심이 없어보인다. 동계스포츠는 그만큼 낯설다. 짧은 겨울이며 스키장을 찾거나 TV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를 접할 정도이다. 김연아 선수나 강세를 보이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가 떠오를 뿐이다.

1994년 개봉된 영화 ‘쿨러닝’을 통해 긴 얼음 통로를 빠른 스피드로 통과하는 경기를 본 적 있었다.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세계랭킹 1위가 됐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일만큼 놀라운 일이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예술단  답사팀의 방문 소식이 연일 TV에 보도됐다. 올림픽 기간에 강릉과 서울에서 2회 공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현송월 단장의 옷차림에서부터 헤어스타일까지 관심이 많다. 그만큼 긴 남북의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에 환영하는 것이리라.

스포츠와 문화예술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이는 역할을 해왔다.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스포츠와 문화예술은 장벽을 뛰어 넘어왔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이 한 식구로 묶이는지 모르겠다.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탁구대표팀의 경기 장면이 눈에 선하다. 평창에서 극적으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다. 전세기 문이 열리고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를 들고 등장하는 김연아씨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모습이 생중계 됐다. 반가운 얼굴이었다. 최근에도 인터뷰하는 도종환 장관의 모습이 보였다. 무척 피곤한 모습이었다.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국가의 큰 행사를 맡았으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도종환 장관은 시인으로, 도 선생님으로 기억된다. 십여년 전 충북작가회의에서 도 선생님이 시창작강의를 할 때 4년 정도 함께 했다. 진지하고 진중한 모습 이면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녔고 늘 재치있는 말솜씨로 좌중을 즐겁게 했다. 그는 많은 이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천상 시인이었다.  도 선생님과 함께 나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문학기행을 간 적 있다. 그 인연으로 가끔 만나면 아들은 용돈도 받았다. TV에 나오는 선생님을 보고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몰랐다며 놀라던 표정이 생각난다.

도 선생님이 처음 정치에 입문 할때 많은 이들의 응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나는 문학가의 정계 진출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믿었다.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도 후보자의 인품과 인성을 의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금방 시인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장관에 취임하고 피곤한 표정의 선생님을 보니 안타까웠다. 도 선생님을 아는 지인은 임기 내에 그를 찾아가지 않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일임을 알기에 그저 멀리서 응원할 뿐이다.

어쨌건 개인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관심이 없다. 막대한 스포츠 관련 예산을 문화예술로 보내주면 모를까. 그래도 며칠 지나면 TV앞에 앉아 경기를 볼 것이고 도종환 장관의 얼굴이 나오면 반가워하며 응원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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