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KBS 아침마당에서 치매(癡)를 앓고 있는 아내를 6년간 대소변을 받아내며 간병하고 있는 노인의 눈물겨운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누구나 늙어 중병을 앓게 되면 간병을 하는 것은 가족이지만 이 노인의 경우는 자식과의 불화로 아들 며느리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자식이 그리워 외롭고 슬퍼 울먹이며 방송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자식과 어떤 갈등인지 그 노인은 끝까지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다 퇴직을 했고 부족한 연금으로 막대한 치료비와 뒷바라지를 하며 힘들게 살아간다고 했다.

또 ‘자식을 대학공부도 가르치고 자동차도 사주었다’는 말만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어 그 노인마저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 모두가 걱정을 했다.

방송에 나온 정신과 의사와 많은 멘토들은 하나같이 이제 얼마를 더 살겠느냐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그 노인을 위로했다.

또 어머니가 병들어 사경(死境)을 헤매는데도 아들의 마음이 어찌 그리 정(情)도 없을까. 자주 찾아가 간병을 도와드리고 자식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그렇게도 정이 안 간다면 차라리 간병인을 두거나 요양원으로 가야한다고 말들 하지만 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오늘날 간병 문제는 초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누구나 겪어야 할 시대적 아픔이요 슬픔이다. 치매뿐만 아니라 중풍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수많은 노인들의 당면한 고통인 만큼 결코 남에 일이 아니다. 나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같이 살아갈 앞날을 걱정 했고 우리가 지난날 부모님을 간병해드렸던 아픔이 떠올랐다.

어머님이 중풍에 반신불수가 되어 장남인 내 집에 모시고 그 눈물겨운 병수발에 고생한 아내를 바라보니 지난날의 아픈 마음이 다시 되살아나는듯 했다. 아버님은 위암으로, 어머님과 장모님도 중풍으로 돌아가셨기에 병수발로 한세월을 보낸 옛일을 되돌아보니 사랑과 정(情)이 아니라면 이겨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의 7080 노인 세대는 가장 살기 어려운 시대에 가정을 이끌었고, 한국경제를 성장시킨 주역들이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보자고 새마을 운동에 앞장섰고, 해외근로자로, 독일광부로, 월남 파병까지 갔었다. 경제가 발전 되어 살만하니 해마다 높아만 지는 교육열에 너도나도 자식만은 대학 교육을 시켜 못 배운 한을 풀어보고자 했다. 그로인해 자신의 노후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한 노인이 70%가 넘는다는 통계조사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방송에 나온 노인도 같은 처지가 아닐까. 그렇기에 국가가 노인들의 중증질환에 간병과 치료비부담을 덜어주고 더 나아가 공공요양시설을 크게 늘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수많은 노인들의 고통을 덜어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세대 간, 가족간의 갈등도 치유해 진정한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사회를 이루는데 국가와 국민, 모두 힘을 모아야할 때가 아닐까. 요즘처럼 가정도 사회도 험해지는 세상에 정말 살맛나는 아름다운 노후가 돼야 이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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