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북진본방인가요?”

두 사람이 한참 일에 빠져있을 때 까칠복숭아처럼 앳돼 보이는 녀석이 북진본방으로 찾아들었다.

“연론 임방에서 왔느냐?”

최풍원이 박한달 임방주 아들임을 직감하고 물었다.

“네!”

“이름이 뭐더냐?”

“왕발이옵니다.”

“박왕발이라, 그래 나와 같이 일해 보려느냐?”

“전, 장사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장사하는 집에서 장사는 하고 싶지 않다?”

“네.”

“장사하는 집에서 장사를 하지 않는다면 뭘 하고 싶으냐?”

“세상을 그저 휘휘 돌아치고 싶습니다.”

“돌아치기만 하면 뭐가 나온다 더냐?”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사람이 무슨 희망이 있어야하지 않겠느냐?”

“그게 제 희망입니다!”

“그래 돌아치다보면 뭔가 할 일이 생기겠지요.”

“할 일을 찾기 위해 돌아친다는 말이냐?”

“할일을 찾았다 해도 저는 그 일을 질래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일로 돈을 벌면 땅을 사서 도지 받고 식구들과 함께 살겁니다.”

박왕발이 하는 말을 언뜻 들으면 날건달처럼 보였지만, 연론 박한달 임방주의 아들 왕발이는 제 뜻이 확고했다.

“그게 너의 희망이냐?”

“그렇습니다!”

“아직 어린 데 더 큰 꿈을 가져도 되지 않겠느냐?”

“이루지도 못할 꿈만 크게 가지면 뭘 합니까?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평생 큰 돈을 벌겠다며 천지 사방을 쏘다니며 바깥으로만 돌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습니다. 식구들 고생만 시켰지요. 전 그렇게 살지 않을 겁니다. 돌아치다 돈 벌 일이 생기면 그걸로 돈을 모아 땅을 사서 식구들과 함께 살겁니다.”

박왕발이는 어린 나이였지만 제 조부와 부친의 장사에 신물이 난 듯 했다. 대부분 장사치들이 다 그러했다. 한 번 집을 나서 장사길을 떠나면 한두 달은 여사고, 일 년 여만에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니 집안을 돌볼 겨를이 아예 없었다. 박왕발이는 그것이 싫은 것이었다.

“부친께 본방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들었느냐?”

“네. 여기저기 기별을 전하는 일이라 들었습니다.”

“그래, 해보고 싶으냐?”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얼마나 빨리 걸을 수 있느냐?”

“청풍에서는 저보다 빨리 걷는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열 살이 넘으면서부터는 동네 부고는 제가 도맡아놓고 돌렸습니다.”

“그래 청풍 인근을 한 바퀴 도는데 얼마나 걸렸느냐?”

“식전에 떠나면 아침 새참이면 넉넉합니다.”

“오호, 엄청 빠르구나!”

최풍원이 감탄을 했다.

마을에 상사가 생겨 부고를 띄우면 보통 사람들은 하루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 거리를 반나절도 아니고 아침 새참이면 돌 수 있다니 그야말로 말이나 다름없었다. 한시라도 급한 연락을 해야 할 일이 많은 본방에서 박왕발이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럼 우선 나하고 한 번 일해보자꾸나!”

최풍원이 박왕발이를 받아들였다.

“그럼 우선 그 일을 거들면 될까요?”

 박왕발이 두 사람이 하고 있던 물건들 갈무리하는 일을 보고 달려들었다.

“이것을 할 수 있느냐?”

“짐에서 늘상 하던 일입니다.”

박왕발이가 골라놓은 물산들을 종류별로 가려 능숙한 솜씨로 묶었다. 아비인 연론 박한달 임방주의 말과는 달리 박왕발이는 싹싹하고 분명한 아이였다.

“일단 이 물산들 정리가 끝나면 나와 함께 충주를 가자꾸나!” 최풍원이가 박왕발이 하는 행동을 보며 심히 족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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