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개헌을 미적거리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에 다시 한 번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내걸었던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지방선거 동시 개헌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회 개헌안을 기다리는 시점을 2월 말까지로 잡았다. 개헌발의권을 직접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도 정부에서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로 국회에서 조속한 합의안을 도출해달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국가 권력구조 합의가 안 되면 이번 개헌에서 뺄 수 있다는 절충안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 범위에 대해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확대는 이번에 넣되 중앙 권력구조 개편은 많은 이견이 있는 부분으로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이 과제에 대해선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력구조에 대해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어려운 권력구조 문제는 이번 개헌안에서 제외하고 다음으로 넘기는 단계적 추진이 개헌을 수월하게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 의지에 변함이 없고, 단계적 개헌까지 제안했지만 한국당의 반대 입장은 완고하다. 오히려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밀어붙이겠다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결국 졸속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자,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로 문 대통령은 독선적인 입장을 철회하라”고 비난했다. 앞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겠다는 공약을 뒤집고 국회가 합의해 연말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갈증은 매우 높다. 최근 몇몇 언론매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헌법 개정에 대한 여론은 국민 10명 중 6∼7명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보듯이 적잖은 부작용이 있음을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국민은 개헌을 염원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약속은 당리당략을 떠나 지켜야 한다. 국회는 벌써 지난해 말까지 개헌안을 도출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도 여야의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한 국민의 짜증만 유발시키는 여정만 이어질 것이다. 국회는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초당적인 협력과 역량을 결집해 개헌에 나서기 바란다. 더 이상 이런저런 핑계로 개헌을 끌면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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