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이는 예술의 생산과 소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찬반 양론을 낳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새 유토피아를 창조한다는 환영론이 있는가 하면 인간관계 단절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한가운데서 세상을 바라보는 전시회를 마련한다. 9일부터 29일까지 계속되는 ‘디아나의 노래’전이 그것이다. 과거와 미래가 어지럽게 공존하는 현 상황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두 방식으로 미래 예술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목인 ‘디아나’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디아나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ue)의 합성어이자 로마신화에 나오는 달과 사냥, 출산의 여신의 이름이다.

달은 비물질적 상상의 세계인 디지털 사이버 스페이스를 은유하고 사냥과 출산은 현실의 욕구인 아날로그를 상징한다고 기획자는 설명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긴장과 뒤섞임으로 시대를 읽는 스펙트럼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참여 작가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모두 14명. 이들은 설치, 영상, 사진,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의 교차와 대화를 나타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매체간, 세대간의 경계지역을 확대해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나이와 매체를 초월한 작품세계에 도달하려 한다.

주목되는 작품 중 하나는 정동암씨의 ‘희생’이다. 그는 전시장 입구 계단에 가상현실공간을 만들어낸다. 관객이 계단을 오르면 전면의 영상에 그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객이 영상 속의 역사 희생자를 밟게 함으로써 불의의 현실에 대한 침묵을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프로그래밍했다.

국외에서 먼저 알려진 사진작가 아타 김은 ‘뮤지엄 프로젝트’라는 작품으로 성과 속, 정신과 육체, 동양과 서양의 결합을 시도한다. 그는 그동안 법당의 유리상자안에 나체 인물이 앉아 있는 등의 사진작업을 해 왔다. 이번 작품은 유리상자를 배제한 것으로 십자가가 새로 추가돼 이채를 더한다.

이밖에 황인기씨는 조선조 화가 윤두서의 초상을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의 물질성을 드러내는 ‘27kg짜리 윤두서와 33kg짜리 윤두서’를 출품하고, 코디최는 건축가의 설계드로잉의 데이터를 다양하게 변형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01-1 Andrea Angelelidaki’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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