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임방주들이 본방과 임방을 오갈 심부름꾼을 공동분담으로 하겠다고 하자 최풍원이 고마움을 표했다. 최풍원으로서도 북진본방을 차리며 그간 모아놓았던 모든 자금을 소진한 까닭에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심적 부담이 컸었다. 그런데 임방주들이 힘을 실어주니 최풍원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모든 임방주들이 똑같이 분담을 하는거요?”

장순갑이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오?”

“대주, 그렇잖소? 임방마다 거리가 다 다른데 똑같이 분담을 하는 거는 맞지 않소!”

“그럼, 북진 임방주는 어쩌자는 거요?”

연론 박한달 임방주가 물었다.

“본방에서 먼 임방주는 더 내고 가까운 임방은 덜 내야 옳은 것 아니요?”

“어찌 그리 야박하오! 어려울 때 서로 사정을 봐가며 도와주고 같이 살자는 것이 우리가 본방에 모인 까닭인데 동료들 사이에 너무 따지는 것 아니오?”

“따질 건 따져야지, 찜찜한 것을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문제가 커지는 것이요!”

박한달이가 질타를 했지만 장순갑은 물러서지 않았다.

장순갑의 속셈은 분명했다. 장순갑의 북진임방은 본방과 지척에 있었으므로 굳이 심부름꾼이 필요 없었다. 그러니 장순갑의 입장에서는 공동으로 분담한다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본방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최풍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장순갑이었다.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장순갑은 최풍원에게 그리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장순갑은 타고난 천성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여러 임방주님들, 어찌했으면 좋겠습니까? 우리 본방에서는 단합을 위해 모든 것을 만장일치제로 결정을 하기로 했으니 단 한 명이라도 반대가 있다면 결의를 하지 않을 것이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최풍원은 장순갑의 처사가 못내 서운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무조건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던 장순갑이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니 더욱 그러했다.

“북진 임방주는 어쩔 셈이오?”

박한달이 닦달했다.

“난, 심부름꾼이 필요가 없는데 왜 생돈을 내버리느냔 말여.”

“형님, 정말 그리 생각하슈?”

최풍원이 공식적이 회합 자리에서 사적인 호칭을 불렀다.

“난 본방이 코앞이니 내가 직접 오가며 연락을 하겠소. 그러니 본방과 먼 다른 임방주들이나 분담금을 내 심부름꾼을 두던지 맘대로 하슈!”

장순갑은 끝내 본방에 심부름꾼을 두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북진 임방주께서 동의를 하지 않으니 이 문제는 본방 단독으로 해결하겠소이다. 앞으로도 우리 북진본방에서는 단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어떤 문제라도 결코 다수라 해서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이는 우리 북진본방의 결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오. 그러니 여러 임방주들께서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지 말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주저하지 말고 피력해주기 바라오!”

최풍원이 심부름꾼을 두는 문제를 본방에서 일체 부담하겠다며, 이 문제로 인해 각 임방주들 간에 불화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대주, 각 임방들을 차리는데 들어간 물건도 그냥 대주고, 앞으로도 한 바퀴를 돌려 이득을 내려면 힘겨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에 참으로 답답합니다.”

박한달이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최풍원을 위로했다.

“지금도 본방에서 감당하고 있는 일이 많고, 사정도 몹시 어려운 처지임을 알면서도 도와줄 길이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단리 복석근 임방주도 마음을 보탰다.

“아니오. 여러 임방주들께서 본방을 돕는 길은 물건들을 열심히 팔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실은 지금 본방에 시급한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오. 당장 심부름꾼만 아니라, 각 임방에서 본방으로 지고 온 물산들을 종류별로 품질별로 가리고 꾸려 충주로 실어 보내려면 일꾼들도 서넛은 더 필요 하외다. 이런 일손을 줄여주려면 각 임방에서 본방으로 입고할 때 어느 정도 손을 봐서 가져오면 그것도 본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소이다. 임방주들께 각별히 부탁을 합니다.”

“물건 파는 데만 급급했지 잔손질은 미처 생각을 못했소이다.”

“그깟 것이야 못 하겠습니까?”

최풍원의 부탁에 각 임방들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손질해서 북진본방으로 입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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