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어린 자녀들의 잇따른 죽음이 새해 벽두부터 우리 사회를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안타까운 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 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데도 사회적 시스템으로는 어쩌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최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양과 화마로 숨진 3남매는 모두 5세 이하의 아동들로 부모들의 학대와 방임이 빚은 비극이다.

준희양의 경우 친부와 동거녀는 자연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대에 의한 치사(미필적 고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전부터 친부와 동거녀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준희양 시신의 갈비뼈가 부러져 있는 점도 이상하거니와 친부의 거짓말 행각을 보면 이들이 과연 부모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친부는 딸의 시신을 유기하고 8개월 간 알리바이를 꾸미며 버젓이 실종 신고까지 했다.

광주의 아파트에서 화재로 질식사한 4세, 2세, 15개월 3남매도 마찬가지다. 3일 구속된 친모는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아 화재가 났다고 하지만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해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화재 속에서 자녀들을 방치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은 반드시 밝혀 내야할 혐의다. 아이들을 빈집에 팽개치고 PC방을 전전한 아빠도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친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 친부모다. 학대로 숨진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에서 2016년 36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정부가 아동 학대 대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그나마 취학예정이거나 취학 아동들이 대상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거나 일정기간 이상 결석하면 관계기관이 관리에 들어가는 이 방식은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준희양 처럼 수개월간 아무도 실종 사실을 모르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동 학대 가정을 빨리 찾아낼 수 있는 사회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 미취학 아동들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대 예방 교육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부모다운 부모를 만드는 사전 교육이 도입돼야 한다. 성 개방 풍조로 자녀를 키울 준비를 못한 채 엄마·아빠가 되기도 하고, 결국에는 헤어져 미혼모·미혼부로 남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통 공동체의 해체로 가족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을 위한 삶을 사는 부모도 적지 않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가족주의와 관련된 과목을 만들어 부모의 역할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아울러 아이들이 성인과 같은 인격체,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시키는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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