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규 홍  < 논설위원 >

연휴 중 우연히 TV에서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엉뚱하지만 발랄한 젊은 여교사와 인기가 만발한 대통령의 러브스토리를 극화한 가상의 픽션이었지만 현실 같은 느낌으로 그 영화를 보았다.

2년 전에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따뜻하고 낭만적인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전만배 감독의 변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극의 전개가 마치 우리 현실의 희망을 미리 예언하고 암시하는듯 한 느낌은 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함께 가졌을 느낌일 것이다.

5천년 우리 역사 중에서 지난 100년여의 짧은 세월만을 반추해 보더라도 우리에게는 그 100년의 역사에서 핍박받고, 쫓기고, 서로 싸워 갈라지는 고통의 역사가 더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100년의 역사에서 나라와 민족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탓일 게다.

현실의 희망을 예언하고 암시

그래서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우리는 우리의 소박한 희망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할 수 있었고, 정치권에 대한 갈증의 해소책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잠행 시찰을 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극중 대통령의 그런 모습은 야사에 나오는 선한 임금의 미복잠행(微服潛行)처럼,  생활이 고달픈 서민들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사로잡기에 충분한 장면일 것이다.

그래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길거리에 숨어들어 홈리스(가정 없는 사람)들의  고충에 귀를 여는 대통령의 모습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

 민생을 챙기는     국가 지도자의 이런 소박한 모습에서    서민들은 비록 고달프고 힘든 세상살이 지만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추석 전에 재래시장에서 벌린 여당대표의 민생투어가 오히려 서민들의 부화만 돋우고, 멍든 가슴에 염장만 지르는 격이 된 것을 생각해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왜 여당대표가 소금을 맞을 뻔했을까? 굳이 이 물음에 답을 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긴 하지만, 한 번 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대통령의 미복잠행은 고 박정희 대통령도 즐겨하던 것이었음이 박 대통령 서거 후에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 후에 다른 대통령의 그런 숨은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극 중 정책방향이 그 유명한 미국 15대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정책이었다.

국민 생활상의 불편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 플랜으로 극중의 대통령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그 대통령은 너무도 인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정치 허무증에 빠진 우리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할 만한 장면이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전체 줄거리는 대통령의 러브스토리다. 애당초 목적이 멜로 드라마였겠지만 그러나 이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길은 정치 잘하는 대통령에게 가 있게 된다.

민생을 잘 챙기는 대통령이면서 사랑도 할 줄 아는 대통령, 국민들이 믿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실천적 리더로서의 대통령, 그래서 국민들에게 피아노를 치는 장면도 선거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럼에도 딸아이의 담임교사를 놓치면 영원히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기자회견 장면은 인간적 진솔함을 보여주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서민을 보듬어 줄 대통령 기대

그러면서도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하 게 자신의 소임을 주장하는 한 젊은 여 교사의 모습에서도 권력 앞에 의연한 교 육자의 모습을 보여줘서 이 또한 감동적이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을 보면서 느끼는 소회가 남다른 것은 이 시점에서 우리의 생각을 머물게 하는 교훈적 의미와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던 2년 전 전만배 감독의 소박한 소망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이 시대에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예언적 메시지를 발견하게 해준 영화라서 퍽이나 인상적이다.

그것은 우리도 언젠가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 이끄는 즐겁고 신명나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이 오도록 모두 손을 모아 빈다면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 더 빨리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서원대학교 수학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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