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의 행동은 안 대표가 정계에 입문하며 표방한 ‘새정치’와 매우 거리가 멀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석 39석 중 20명 이상이 강력하게 통합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일 안 대표는 의원총회를 앞두고 독자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소속의원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의원들과 충분한 토론과 협의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자신의 당대표 재신임은 물론이고 통합 찬반을 결정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라면, 기자회견에 앞서 의원총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협의과정을 먼저 거쳤어야 했다. 설사 의원총회에서 고성이 오가고 볼썽사나운 행태가 연출되더라도 끝까지 토론하고 설득하는 민주주의 방식의 정치를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 일방적으로 혼자 기자회견을 열어 결론을 내놓고 정작 의원총회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의원들은 당연히 안 대표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의원은 안 대표 없이 정상적인 총회를 진행할 수 없다며 “끌고라도 와라”는 말까지 했다. 대표를 향한 말이 거칠었지만 이는 안 대표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통합명분이 옳다면 의원들 앞에 정정당당하게 나와 입장을 밝히고 끝까지 설득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국민의당은 2016년 2월 안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 국민을 위해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결의를 다지며 탄생한 정당이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지방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국정농단을 잉태한 정당 구성원들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결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안 대표 개인과 선거 승리를 위한 통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의당은 27일부터 31일까지 통합에 대한 전 당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을 비롯해 호남지역구 정치인들이 줄지어 찬반투표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 당원들의 모임 ‘나쁜선거거부운동본부’는 서울남부지법에 전 당원 투표를 중지하고 투표율이 3분의 1에 미달할 경우 개표하거나 투표 결과를 공표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26일 오전 통합 반대 측이 낸 ‘전 당원 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일이다. 일부 당원은 같은 당원들에게 투표 당일 ‘몽둥이를 들고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는 보도도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치를 후퇴시키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민들은 안 대표에게 이미 이상적인 새정치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의당을 창당하도록 힘을 실어준 국민과 한 최소한의 약속과 신의는 지켜가며 정치하기를 바란다. 현재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 찬성파들이 진행하고 통합과정을 지켜볼 때, 설사 통합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통합된 정당이 과연 옳게 민의를 대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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