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구직자 389명을 대상으로 ‘올 한 해를 축약하는 사자성어’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고목사회(枯木死灰)’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를 일컫는 말로 아무런 의욕 없이 한 해를 보냈음을 뜻한다. 우리사회 구직자들이 얼마나 힘겹고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최우선을 두고 있지만 청년층(15∼29) 실업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수는 2천684만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3천명(1.0%)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30만명을 웃돌다가 8월 20만명대로 떨어진 뒤 9월(31만4천명)에 잠깐 올라서더니 10월부터 두 달째 내리 20만명대다. 정부 목표치 30만명대는 차치하고 20만명대가 일상이 되어버리지나 않을는지 걱정이다.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9년 6월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이후 11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10월부터 두 달째 매달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체감 실업률 역시 21.4%로 2015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최고치다.

청년층의 구직 기간 역시 길어지고 있다. 15∼29세의 임금 근로자 중 첫 취업 시까지 소요기간이 3개월 미만이었던 사람의 비중은 올해 5월 기준으로 49.9%를 기록,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왔다. 통계청이 자료를 공개한 2004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2004년 5월 56.1%를 시작으로 10년 뒤인 2014년 5월엔 50.8%로 하락한 뒤 이번에 50%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늘어나는 장기 실업자 비중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가 실업률 개선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채용인원을 늘렸다고 하지만 취업은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오죽하면 대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하는 가장 큰 고민으로 학업이 아닌 취업을 들겠는가.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3일 발표한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활 중 가장 고민하는 것은 졸업 후 진로(대학생 60.0%·전문대학생 59.7%)였고, 학업(대학생 25.2%·전문대학생 26.1%)은 그다음이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젊은이가 미래를 찾지 못하고 좌절하는 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정부는 청년과 취약계층 취업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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