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배가 되려 천용백을 비웃었다.

“뭐요?”

“그렇지 않소? 조무래기 장사꾼은 지금 당장 눈앞만 보지만, 큰 장사꾼은 일 년 뒤를 보는 게 아니겠소? 피륙 값이 바닥을 칠 때 사두었다가 올 가을 값이 오를 때 팔면 얼마나 이득이 남겠소. 쌀은 비싸게 팔고, 피륙은 똥값으로 사왔다가 또 몇 배를 남기면 쌀 한 섬이 두어 섬 넘는 것은 순식간이오!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소?”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소?”

“우린 모르는 일이지.”

“모르긴 뭘 몰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모른 척 하는 거지!”

같이 앉아 잠자코 술만 마시고 있던 무뢰배가 뻐기듯 장설을 늘어놓고 있던 놈에게 포악질을 했다.

“이놈아 입조심 혀! 니 놈에게 밥 주는 이는 이방객주님이여.”

“이보시우, 피륙상 양반, 요즘 베 한 필에 얼마나 하소?”

“두 냥 쯤 하지요.”

“우리가 문경에서 가져온 베는 한 필에 닷 푼도 안 되오.”

“피륙 산지인 우리 풍기에서도 그런 금에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금인데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값에…….”

피륙상인 천용백도 믿을 수 없는 가격이었다. 그런 가격이라면 남의 물건을 거저 빼앗아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이방객주니까 할 수 있는 장사 방법이오!”

“그 집 주인은 재주도 참 좋소이다!”

“재주라면 돈 많은 것이 재주지, 뭐겄소?”

“그건 또 뭔 말이우?”

“그렇지 않소? 돈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바쁜 사람들이 우리 이방객주처럼 할 수 있겠소? 여력이 있으니 그리 하는 게지!”

무뢰배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이방객주 김주태는 청풍관내 백성들에게 풀어야 할 구휼미를 빼돌려 암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관아 창고에서 착복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서류를 조작해 백성들에게 빌려준 것처럼 조작해 빼돌려서는 자신의 전에서 팔기도 하고, 급하게 쌀이 필요한 이웃 관아와 결탁하여 쌀을 넘겨주고는 그곳의 싸구려 물품과 되치기를 해오는 것이었다.

그런 되치기 물산들은 고을 백성들이 세금으로 바친 공물들이었다. 공물들은 대부분 품질이 떨어지는 하하품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아에서는 온갖 명목으로 백성들이 바치는 공물을 떼어먹었다. 일테면 제일 많이 쓰는 수법이 공물들 가격을 후려치거나, 실제 백성들이 내야하는 세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붙여먹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실제 세금은 한 냥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고을 원님이 한 냥을 붙이고, 관속이 한 냥을 부치니 백성은 세 냥을 바쳐야 했다. 그러니 백성들로서는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품질보다도 개수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당연히 좋은 물산이 관아에 바쳐질 리 없었다. 관아에서도 굳이 좋은 물건이 필요치 않았다. 관아에서도 개수만 채워놓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관아에서 나오는 공물은 장에서조차 팔리지 않는 아주 질 떨어지는 물건들로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는 것들이었다. 피륙의 길이가 짧거나 폭이 좁고, 올도 듬성듬성해서 도저히 옷을 지을 수도 없는 그런 베가 대부분일 것이었다. 아마도 김주태가 문경 관아에서 되치기로 바꿔온 피륙도 그런 것들이 분명했다.

김주태는 그런 쓰지도 못하는 물산들을 똥값으로 사들여 자신의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가을 추수기에 백성들이 바치는 곡물들과 피륙을 다시 되치기 하는 수법이었다. 또 흉년이 들면 나라에서는 대동미 값의 무명을 절반으로 줄여 부담을 줄여주라고 했지만, 실제 그것을 따르는 관아는 없었다. 그러니 김주태 같은 관속과 장사꾼들은 물건을 사서 쟁여놓기만 하면 몇 배의 장사가 되는 지는 자신들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니 있는 놈이 돈 번다는 거요. 개뿔도 당장 먹고 살기가 급급한데 쟁여놓을 여유가 어디 있겠소.”

천용백이 푸념을 해댔다.

“흉년이 들거나 경기가 좋지 않아 백성들이 곤궁해지면 관아나 부자들이 더 좋아하는 이유가 그게 아니겠수?”

“남이 죽어야 더 잘 사는 세상이니 지랄 같은 세상 아니우.”

무뢰배들도 그것만은 불만인 듯 천용백처럼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람들 마음이야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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