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360년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왕(惠王)은 조(趙)나라와 평화협정을 맺어 전쟁을 종식시켰다. 그리고 그 신뢰의 증표로 자신의 태자를 조나라에 볼모로 보냈다. 볼모란 약속 이행을 위해 그 담보로 상대편에 잡혀 두는 사람이나 물건을 말한다. 그 당시에는 흔히 있는 관행이었다.

그러나 혜왕은 자신의 귀한 아들을 홀로 타국에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태자를 돌봐 줄 신하를 같이 보내기로 하였다. 이때 조정에서 추천한 사람이 방총(龐?)이라는 신하였다. 며칠 후 방총이 태자를 모시고 조나라로 출발할 때였다. 방총이 혜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 한 가지 여쭙고자 합니다. 만약 지금 궁궐 안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대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누가 믿겠소.”

“다른 신하가 찾아와 궁궐 안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걸 어떻게 믿겠소? 당치도 않은 소리요.”

“또 다른 신하가 찾아와 궁궐 안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자 혜왕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때는 믿을 수밖에 없지요.”

이 말을 들은 방총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혜왕에게 간곡하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궁궐 한가운데에 호랑이가 나타난 것처럼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 입을 모아 거짓말을 참말처럼 전하면 누구라도 믿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제가 이제 태자를 모시고 조나라로 떠나게 됩니다. 아마도 국경을 넘기도 전에 대왕 앞에서 저를 비방하는 신하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제가 가까운 곳이라면 당장에 달려와 궁색하게라도 변명을 할 수 있지만, 조나라 도읍 한단은 여기서 수천 리 떨어진 곳이라 감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무쪼록 대왕께서는 궁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셔서 저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 귀한 아들을 돌보는 그대를 어찌 의심하겠는가? 결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니 그대는 안심하고 길을 떠나도록 하라!”

방총이 태자를 모시고 조나라에 도착했을 때, 위나라 조정에서 방총을 헐뜯는 참소가 여럿 올라왔다. 혜왕은 이를 모두 거짓이라 여겨 일축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방총에 대한 나쁜 참소가 이어 올라왔다. 이번에도 혜왕은 그것을 무시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날 또 다시 방총에 대한 참소가 올라왔다. 그러자 혜왕은 처음과 다르게 귀가 솔깃해지고 말았다. 어느덧 방총은 나쁜 신하가 되고 만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태자는 조나라에서 귀국하게 되었다. 하지만 방총은 끝내 돌아올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는 ‘戰國策(전국책)’에 나오는 고사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세 사람이 입을 모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거짓말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말이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전에 거짓말을 참이라 했던 자들은 새로운 정부에서 분명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적폐청산은 참을 참이라 말하고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는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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