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수 / 청주시 용암동

견디기 힘들 정도였던 더위도 가고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인 데 등산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열이면 열, 정상에서 “야호”하고 소리를 지른다.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기분을 내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별 생각없이 지르는 고함이 산 속의 야생동물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심각한 ‘소음 공해’라고 많은 야생동물 연구자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리산에 풀어준 반달곰은 “야호!” 소리에 경기가 들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숨어 다니기 바쁘다고 한다. 설악산 깊은 산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왔던 산양도 등산객의 고함 소리에 놀라 종적을 감춘지 오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는 환경잡지 ‘이장’ 최근호에 고함과 괴성에 시달리는 야생동물들의 피해 실태를 고발하며 ‘산에서 야호!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평지를 온통 시멘트로 발라 산으로 몰아내더니 이제 산에까지 몰려가 고함을 질러대는 바람에 겁 많은 짐승들이 편하게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외국의 어느 산을 다녀봐도 한국 사람들처럼 산에서 고함을 질러대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한상훈 박사는  “등산객의 고함과 괴성은 겁 많은 짐승과 새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야호!’ 소리에 놀란 짐승들이 도망치다 산비탈에서 떨어져 죽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지리산에서는 올해 1월1일 새벽 곰 관리팀에 비상이 걸렸다. 노고단에 몰려든 신년 해맞이 등산객에게 제발 “야호∼!”를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란다. 제 아무리 문명화된 사회라 해도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총을 쏘고 덫을 놓는 것만이 동물을 해치는 일은 아니다. 적은 수지만 남아있는 동물들이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배려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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