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경 희  < 논설위원 > 수필가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이라고 한다. 사냥감 등 양식을 얻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육체적인 대가를 지불했던 일을 매춘이라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매춘의 법률적 명칭을 윤락행위라고 부르는데 불 특정인으로부터 금전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 또는 약속 받거나 기타 영리의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매춘의 형태는 고대 인도의 무희(舞姬)가 사원의 참배자에게 몸을 맡기고 그 보수를 받은 풍습에서 비롯됐는데 이를 일컬어 사원매춘(temple prostitution)이라 불렀다. 고대이집트와 페니키아, 페르시아 등에서도 같은 풍습이 있었으며 사원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공창(公娼)의 시작을 사원매춘에서 찾기도 한다.

인류 최초의 직업 매춘

그리스 시대로 넘어오며 매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공창(公娼)이나 사창(私娼)이 공공연했으며 위정관에 등록해 세금을 바치게 했다하니 국가가 아예 매춘을 관리했던 것 같다. 타이스나 사포 등 지금까지 이름이 남아 있는 고급 매춘부들로 짐작하건대 그리스의 매춘은 하나의 당당한 직업이었던 듯 하다.

굳이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춘은 인류의 발생과 시작을 같이 했을 만큼 오래된 일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발생시킨 필요악으로 엄격한 그리스도교리가 지배했던 중세시대에도 공인했던 매춘은 15세기말 콜럼버스 일행이 아메리카에서 원주민으로부터 옮아 온 매독이 창궐하며 문젯거리로 떠올랐고, 20세기에 와서는 세계적으로 매춘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설 곳이 없어졌다.

그러나 법이 서슬 같아도 매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법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매춘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매춘행위는 윤락행위 방지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영업으로 윤락행위의 장소를 제공하거나 영업으로 윤락행위를 알선한 자, 윤락행위에 사용되는 사실을 알고도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 윤락행위 방지법의 규정이다.

그런데 그동안 성매매 관련자를 처벌했던 윤락행위 방지법이 이제 성매매알선처벌법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도 함께 처벌을 받아야 했던 과거의 법과는 달리 업주에게 이용된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로 간주돼 신변안전 조치가 취해지고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성매매알선처벌법의 내용이다.

윤락행위 방지법이 성매매 당사자인 여성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성매매알선처벌법은 이를 알선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업주의 처벌을 대폭 강화해 성매매의 원인 제공자를 없앤다는 취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경찰은 유흥업소뿐 아니라 휴게텔, 성인 전화방, 출장 마사지 등 성매매가 이뤄지는 근원지를 중점 단속할 계획이며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성매매 알선도 같은 법률을 적용해 사이버 공간까지 단속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음성 성매매 변질 우려

그러나 이러한 성매매알선처벌법으로 윤락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환영과 기대보다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염려되는 것은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되면서 오히려 단속을 피해 더 음성적인 방향으로 성매매가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 업소에서 고정적으로 일했던 지정영업이 사라지면서 보도방과 같은 점 조직 형태의 성매매가 기승을 부린다면 단속과 관리에 혼란만 가중되지 않겠는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모두 33만여명이며 거래되는 화대만 연간 24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 중 사창가 여성 종사자 수와 화대는 각각 1만여명, 1조8천억여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성매매가 단속 가능한 매춘을 천문학적으로 능가하고 있는 셈이다.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성매매를 어떻게 뿌리뽑겠다는 것인지, 오히려 새로운 법이 더욱 음성적이며 불법적인 매춘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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