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험장 부정행위 방지 위해 교실 정리…수업·급식도 차질
학부모들, 긴장 풀릴까 우려…충북교육청 “학사 일정 재조정”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타이머가 ‘7일후’로 조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들도 발생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버렸던 교과서를 찾기 위해 학교를 찾기도 했고, 이미 참고서적 등을 폐기해 다시 서점을 찾기도 했다. 수험생들은 탄식을 토해내는가 하면, 막바지 준비가 소홀했던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내 책은 어디에…참고서적 찾아라

충북지역은 청주·충주·제천·옥천 4개 지구, 31개 고등학교가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됐다.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책 한 권도 남긴 없이 교실에 보관하던 교과서나 참고서적 등을 모두 외부로 옮겼다. 이 중 고3 교실 정리에는 외부 재활용업체가 동원됐다. 시험을 본 뒤에는 더는 교과서나 문제지, 참고서 등이 필요 없을 것이란 판단에 재활용품 수거업체를 부른 것이다.

학생들은 수능시험 2~3일 전부터 요약노트나 오답노트, 기출문제지 등 자신이 그동안 정리한 요약본만 남기고 몽땅 수거업체에 맡겨버렸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도 고사장 준비를 위해 수거업체를 불러 고3교실에 쌓여있던 수험서 3~4t가량을 처리했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이 학교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수험생은 “문제집과 참고서를 모두 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일주일간 공부하기 위해 다시 구매하기도 그렇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천지역 한 고교도 재활용품 수거업체를 통해 지난 15일 학생들이 버린 책을 모두 정리했다. 이 학교에서 수거한 수험서는 1t 트럭 2대 분량이다.

영동지역 한 학교는 다행히 참고서 등을 보관하도록 유도해 대량 폐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오래된 참고서나 문제집을 모두 버리는 일이 발생해 학교에선 앞으로 일주일간 기출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수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학생들은 참고서적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찾기도 했다.

●컨디션 조절 어떻게…일주일만 더 공부하자, 희비 엇갈려

수능을 대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던 수험생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반면, 막바지 준비를 소홀히 해 걱정했던 학생들은 일주일의 시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날 대입 수능시험 연기 소식을 접한 청주의 한 고3수험생은 “일주일 전부터 집중력 향상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했는데 소용없게 됐다”며 “일주일간 더 긴장상태로 대기하려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수험생의 학부모 또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학부모는 “오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가족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시험 예정 12시간 전에 모든 상황을 바꿔 혼란을 자초한 정부에 실망스럽기까지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로 막바지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거나 총정리를 깔끔하게 끝내지 못한 학생들은 단 1점이라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며 안도하며 컨디션 조절에 돌입했다.

청주의 한 수험생은 “수능시험일 연기는 상위권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겠지만,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수도 있다”며 “취약 과목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수능 연기에 등교도 수업도, 급식도 차질

대입 수능시험 시험장으로 정해진 31개 고교는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시험장 학교가 아닌 나머지 고교는 전날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1~2학년을 등교시켜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이 중 청주 상당고는 시험감독 교사 등의 식사를 위해 140인분의 식재료를 준비했는데,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로 이를 모두 지역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일도 벌어졌다.

청주 운호고는 이날 교사들이 시험 감독으로 대거 차출돼 정상 수업이 불가능 해 휴업 결정을 했으나 수능이 연기되면서 3학년을 제외한 1∼2학년생들의 등교를 결정했다.

하지만 밤늦게 이뤄진 결정이라 영양사·조리사들은 출근하지 않았고, 식자재도 배달되지 않아 점심 급식이 어렵다고 판단, 오전 수업만 하기로 결정했다.

오송고는 도교육청 지침대로 3학년생들에게 등교하지 말고 집에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라고 통보했고, 1∼2학년생들에게도 등교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충북대사범대부설고도 1∼3학년 전원 휴업 조치를 취했다. 수능이 연기됐다고 해서 휴업 계획을 번복한다면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초 결정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청원고는 도교육청 지침과 달리 1∼3학년생 전원을 등교하도록 했다. 수업도 평상시와 똑같이 진행하기로 했고 야간자율학습도 한다.

일선 고교에선 일주일 미뤄진 수능일정에 따라 학사일정도 전부 조정해야 하는 바람에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도교육청 수능상황실에선 시험연기에 맞춰 시험감독 배치와 시험실 운영 등 시험장 운용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험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사일정까지 전부 조정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수험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험일정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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