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에서 벌어진 국회의원과 지역구 기초의원과의 행사장 폭행 시비는 정당공천제가 낳은 촌극이다. 사건의 계기를 되짚어보면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와 맞닿아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8일 영동군 학산면민체육대회에서 발생했다. 자유한국당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국회의원이 오후 2시께 행사장에 나타나 주민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영동군의회 박계용 의원이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게 발단이다.

현재 두 사람의 주장은 엇갈린다. 박덕흠 의원은 “박계용 의원이 갑자기 다가와 만류하는 순간 오른쪽 얼굴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박계용 의원은 “박덕흠 의원이 노래를 길게 불러 자제 시키러 나갔다가 오히려 그로부터 목과 얼굴을 맞았다”고 항변했다.

결국 양측의 공방은 각기 검·경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법정까지 가게 됐고, 양 당의 충북도당들도 가세해 당대 당 싸움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박계용 의원은 집으로 지역주민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물었다. 이후 그는 “박덕흠 의원을 도와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 뒤집어 썼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재선에 성공한 박계용 의원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의장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영동군의회는 새누리당 의원이 다수여서 내심 박덕흠 의원의 지지를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으면서 둘 간의 불화가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신감을 토로하며 탈당한 박계용 의원은 지난 4월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두 사람의 일련의 과정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이에 예속된 기초의원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못미처 앙숙으로 발전한 사례다.

지방자치제에 있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꼽힌 지는 오래다. 지방 토호세력을 견제하고 중앙 정당의 관리 하에 책임정치를 구현함으로써 후보 난립을 막는다 취지로 정당공천제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폐단이 크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에 이어 2006년 기초의회까지 확대 시행된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을 고착화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사실상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천권을 쥐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다보니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이 지역 일꾼이라기보다는 국회의원의 눈치나 보고 줄서기나 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추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때 여야 휴력 후보들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슬금슬금 태도를 바꾸더니 이젠 모두 당리당략을 앞세워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제인 정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약속했다. 정당공천제 폐지로 인한 여성과 청년의 정치 참여 배제, 후보자 난립 등의 문제는 대안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지방자치의 실현 취지에 맞게 정당공천제 공직선거법을 시급히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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