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왜 그러시는지요?”

두출이가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

“앞으로 청풍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는 북진본방과 각 임방들을 통해 하시오. 우리 충주 윤 객주 상전에서는 북진본방과 직거래만 합니다. 그러니 임방주들은 북진본방과 직거래를 하시오!”

우갑 노인이 둘러선 여러 임방주들에게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일렀다.

“여러 임방주님들, 어르신은 우리 북진본방과 임방이 시작하니까 어떻게 돌아가나 살피는 김에 거래할 물건을 싣고 올라온 것이오. 충주 상전 같은 큰 곳에서 어떻게 시골 구석쟁이 임방까지 물건을 대줄 수 있겠습니까? 이번은 처음이니 임방 가까이가지 물건을 실어다 주지만, 앞으로는 필요한 물건과 사놓은 물건은 임방주들께서 직접 여기 북진까지 옮겨야 할 것이오.”

“그것도 그렇지만 이건 장사꾼들의 상도덕에 관한 문제요. 아까 강령에서 뭐라 했소. 동료 장사꾼에게 피해를 주면 징치를 하겠다 아니했소? 내가 여러 임방주들과 거래를 하면 본방에 피해를 주는 것 아니겠소? 장사는 무엇보다 신의가 중하오. 그것이 무너지면 먹이만 빼앗으려고 싸우는 승냥이 떼와 뭐가 다르겠소?”

최풍원도 우갑 노인의 말뜻이 어디에 있는가는 알고 있었지만, 첫 출발부터 매정하게 임방들을 속박하는 것 같아 둘러말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우갑 노인도 그 마음을 알고 풍원이 대신 임방주들을 다잡기 위해 확실하게 쐬기를 박고 있었다.

“어르신 나가시지요?”

최풍원이 우갑 노인에게 말했다.

북진본방에 있던 임방주들이 모두 나와 북진나루터를 향해 걸어갔다. 청초호 샛강과 어은탄이 합치는 물길 끝자락쯤에 우갑 노인의 지토선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금병산 아래로 물길이 막히며 호수로 변한 청초호 주변으로 누런 갈대들이 강바람에 흔들리며 서걱거리고 있었다. 강 건너로는 청풍 읍내가 물길을 따라 성벽 위의 마을처럼 견고하게 포진하고 있었다. 모두들 새로 시작하는 임방을 생각하며 낯빛이 밝았으나 유독 우갑 노인만은 그러하지 않았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풍원이가 우갑 노인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풍원이 네가 저 사람들을 단도리하며 잘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어르신 심려 놓으시어요. 이제껏 어르신께 배운 대로만 하면 되지 않겠어요? 어르신이 보시기에 저도 장사꾼으로 이젠 듬직해 보이지 않는가요?”

“이눔아, 듬직하기는커녕 어리에서 빠져나온 햇병아리 같다. 언제 어디서 솔개가 채갈지 모르는 그런 햇병아리.”

우갑 노인은 풍원이가 임방주들 등쌀을 이겨내며 본방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는지 그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풍원이의 나이가 어려 다른 임방주들에게 같잖게 보이지는 않을까 그것도 걱정거리였다. 누군가가 그런 부분을 풍원이 곁에서 대신 다잡아주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 중 하나였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네 혼자 하던 장사와는 달리 이제 여러 전을 거느려야 하는 본방 대주가 되었으니 사뭇 다를 것이다. 그러니 매사 신중에 신중을 더하거라!”

“알겠습니다. 돌다리를 두들기듯 신중에 신중을 다해 해보겠습니다!”

“나도 네가 미처 각 처에 임방을 두고 장사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전에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사람을 써서 하라고 했던 것은 네가 미처 일감을 처리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기에 네 수하에 직접 사람을 두고 쓰라는 말이었다. 네가 지금 하는 장사는 큰 고을의 객주들이나 할 수 있는 그런 장사다.”

“저도 윤 객주 상전에서 두 분으로부터 배운 것이니 너무 걱정마시어요!”

최풍원이 우갑 노인을 안심시켰다.

“급작이 큰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상론할 사람은 있느냐?”

“순갑이 형님이 북진에 같이 있으니 큰 힘이 됩니다.”

“그래, 아까 회의에서도 보니 성깔도 있어 보이고 너를 막아줄 바람막이 역할도 할 듯은 싶었다. 그러나 장사꾼들을 뼛속까지 속속이 믿지는 말거라! 물이 흐르듯 장사꾼은 이득이 생기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 그 이치다. 그러니 너무 사람을 믿지 말고 항시 거리를 두고 살피거라. 대주는 그리 해야 한다.”

우갑 노인이 장사꾼의 속성을 일러주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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