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철충북중앙도서관 목각강사

여행을 꽤나 즐기는 내게 누군가 혼자서 아주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흑산도를 추천해 주리라.

흑산도 중 특별히 ‘사리’를, 왜냐하면 그곳을 다녀온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그 강렬한 느낌이 아직도 살아 있다.

섬을 갈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주간 일기예보를 듣는 것이다 그것은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태풍이 몰려온다거나 하면 꼼짝없이 그곳에 갖혀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리는 조그만 면단위의 동네이다. 그야말로 이름 없는 어촌이다. 그래서 잘 만한 곳도 마땅찮고 볼 만한것도 없다.

그렇다고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닌 동네 배가 몇 척 작은 항구에 동동 떠 있고 삼십 년전의 세월이 그대로 멈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구불구불한 돌담과 작은 텃밭과 돼지우리등 세월이 한없이 긴 시골바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 많은 곳이다. 마을 뒷산에 아주 이쁘게 초가집으로 복원된 집이 있다. 마루벽에 달린 다산선생의 글씨로 된 ‘사촌서당’이 있다.

‘자산 어보’로 우리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정약전 선생(다산의 친형)이 유배와 머물다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곳이다.

정조가 그토록 사랑했던, 다산이 자신의 스승처럼 생각했던 그가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타의로 세상을 등져야만 했던 집이다.

수백년은 된 동백나무 숲, 마을 중앙을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 작은 개울을 따라 올라오는 팔뚝만한 숭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앞바다에서 잡은 고기로 반찬을 해주는 민박집의 싸고 푸근한 인심을 느낄수 있으며, 하늘을 까맣게 뒤덮고 나르는 엄청난 제비들의 군무, 쪽빛 남쪽바다의 이기기 어려운 유혹이 아니더라도 마을 뒷산에서 바라보는 동네항구의 조그만 배와 소나무 몇 그루만 있는 돌섬 그곳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곳 하루가 지루하지 않게 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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