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도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해 뜨는 아침이다. 해가 지고 달뜨는 밤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아침의 신선함을 더 좋아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나는 아침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날마다 동이 트고 날이 새면 달콤한 잠자리도 거침없이 박차고 일어나 걷는다. 이렇게 아침걷기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종일 기분이 우울했다.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내 생활은 아침이슬에 젖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며칠전 문우(文友) 한분이 책을 펴냈다. 그 책이름이 ‘홀로 걷는 새벽길’이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새벽길을 홀로 걸으며 묵묵히 인생을 관조(觀照)하며 살아온 인고의 세월을 수필로 썼다. 그 책을 읽어보고 내 작은 가슴에도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나는 그 문우님 만큼 새벽길을 걷지 못했다. 해가 뜨는 아침을 걸었을 뿐이다. 추운 겨울 혹한기에는 해거름에 걷기도 했다. 늙어가는 몸, 힘도 인내력도 그분만큼 강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아침을 좋아한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시부터 5시까지 먼동이 트는 시간이 새벽이다. 아침은 그 이후 아침식사를 할 때까지 해가 뜨는 시간이다. 아침은 하루 밤의 단잠에서 깨어나 피로가 가시고 몸과 마음에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다. 농사일하는 농촌을 가보면 더위를 피해 새벽 일찍 일어나 일을 많이 하고, 농산물 도매시장은 화물차로 넘쳐나고, 재래시장에도 아침 먹거리를 사려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소중한 아침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농민이든, 상인이든, 학생이든, 운동하는 사림이든 아침 한 순간을 그날의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옛날 산업화시대, 경제발전의 힘이었던 새마을 운동의 노래를 되새겨본다. ‘새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마을 가꾸세, 살기 좋은 우리 마을 우리 손으로 만드세’ 우리는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를 벗고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근면한 정신을 일깨워준 것이 바로 아침을 사랑하는 국민운동이 아니었던가. 내가 군인생활을 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침기상 나팔소리를 들었을 때 장송곡처럼 들려 일어나기 힘들어 했고, 새마을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지면 즐거운 희망의 나팔소리로 들려 신나게 비를 들고 달려 나갔던 생각 이 떠오른다.

서양격언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조후기 약천(藥泉) 남구만의 시에서도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야 상기 아니 잃었느냐/ 재 넘어 사례긴 밭은 언제 갈려하느니’ 봄날 농촌의 부지런한 아침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일찍 일어나 체육공원을 나가보면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아침 형 노인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 한다. 무병장수를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걷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직립보행(直立步行)하는 사람에게는 다리와 발이 튼튼해야한다. 이것이 문어지면 건강도 내 인생도 무너진다는 생각이다. 와사보행(臥死步行), 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해뜨기 전 일어나 걷는 것이 나의 최우선의 일상이다. 아침이 좋아서, 그래서 오늘도 일찍 일어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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