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표 총장 “병원장이 MOU 형식적으로 진행” 문자 파문
병원 “타당성조사 연내 마무리”…조길형 시장 “차분히 추진”

“충주의 ‘병원 분원’ 건은 충주시장과 이종배 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병원장이 형식적인 MOU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충북대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사항입니다.”

충북대학교병원과 충주시가 지난 15일 체결한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양해각서를 두고 ‘형식적’이라는 충북대 윤여표 총장의 문자메시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윤 총장의 문자메시지는 내년 제천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장인수 전 부대변인과의 휴대전화 문자 대화 내용이다.

이를 공개한 장 전 부대변인은 지난 26일 오후 “총장님, 충북대병원 분원 건으로 바쁘시겠지만 잠시 전화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윤 총장에게 보냈다.

윤 총장은 답글에서 ‘형식적’ MOU라고 답변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답변은 충주시와 충북대병원이 이번 달 중순께 시청 중앙탑회의실에서 맺은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건립 MOU 체결’의 의미를 뒤엎을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장 전 부대변인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MOU 체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류상의 요식 행위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충북대병원 분원이 충주로 확정됐거나 설립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충북대병원 제천분원 설립을 내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MOU는 본 계약 체결 전 서로 양해한 사항을 확인하고자 하는 계약으로 법적효력은 없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양해 내용을 파기하면 도덕적 비난을 받는다. 관련법상 충북대는 충북대병원에 예산 지원이 불가능해 병원 분원 문제에 총장이 직접 관여할 수 없고 대학과 무관한 것이 맞지만, 병원장은 병원 이사장인 총장이 임명한다.

총장 의중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윤 총장의 회신내용이 사실이라면 충북대병원과 충주시장, 이종배 의원 모두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해 관계자들의 치적쌓기에 불과한 ‘쇼’라는 주장과 함께 충주시민, 충북도민 전체를 기망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충주시민 A(46)씨는 “국립대학교 총장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면서 “그렇다면 시장과 국회의원은 치적을 쌓기 위해 시민과 도민을 우롱한 것이고 병원은 정치인들에게 끌려 다니며 들러리 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대병원은 이에 대해 윤 총장의 ‘답변’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MOU 직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사업타당성조사를 마치고 교육부 및 기재부와 협의를 해달라는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이미 충북대병원 분원의 필요성은 교육부나 다른 기관들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원설립을 위해선 설립지역에 대한 타당성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연내에 마무리를 목표로 외부업체에 타당성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충북대병원과의 MOU가 논란이 되자 “정치 논리로 병원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하고 “앞으로 충북대 병원과 차분하고 흔들리지 않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표 총장과 조명찬 병원장은 내년 8월과 1월 각각 임기가 끝난다.

충북대병원은 2천912억원을 들여 충주시 대소원면 본리와 완오리 일대에 조성하는 서충주산업단지 내 4만9천587㎡의 터에 지하 3층, 지상 10층, 500병상 규모로 분원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충대병원은 충주분원 타당성분석을 연내 마무리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에 개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주시와 충북대병원은 이번 MOU를 통해 충북 북부지역의 취약한 의료환경 개선과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 충주분원 건립 등에 협조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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