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에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야권의 반대 이유는 김 후보자가 ‘민주당 편향판결’을 했다는 것과 과거 재판관 시절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하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일부 기독교계의 주장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는 크게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단지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야권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정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김 재판관 임명으로 사법개혁을 기대했던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결과가 그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김 재판관은 지난 3월13일 이정미 전 재판관 퇴임 이후부터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지난 1월31일부터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 공백 사태에도 헌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권한대행직을 내려놓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김 재판관이 물러날 경우 헌재는 재판관 7인 체제가 되는데 이 경우 1명의 결원이라도 생기면 사실상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사법개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번 표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에 대해 호남권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적폐 세력과 손잡고 사법개혁을 가로막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 2중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국민의당은 안철수체제가 된 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정안정보다는 정략적 판단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식 인사 청문에 임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 재판관의 임명으로 사법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앞서 안철수 대표는 대표에 선출된 후 호남을 순회하는 자리에서 해묵은 호남홀대론을 꺼내 지역감정을 부추겨 오히려 호남지역 주민들에게 반감을 사기도 했다.

국민의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역시 표결 이후 부결되자 웃고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연출해 눈살을 찌푸렸다. 설사 자격이 부족해 반대해 부결됐다 하더라도 서로 부둥켜 않고 축하할 일은 아니다. 하루빨리 국정이 안정되길 기대하는 국민들로서는 후보자로 지명된 지 96일 만에 치러진 표결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법개혁을 담당하게 될 헌법재판관 소장 자리를 놓고 시간을 끌며 혼란을 가중시키더니 급기야 부결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서로 환하게 웃는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정서는 결코 아니다.

야 3당은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 명분 없는 반대를 반복하고 있다. 전임대통령 탄핵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지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적폐청산의 중요과제 중 하나인 사법개혁의 발목을 잡는 김 재판관의 임명부결은 국민들에게도 낙담이다. 야3당은 세법 개정안, 부동산 대책,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상당수를 반대하고 있어 김 후보자 부결 사태가 재발 될 수도 있다. 적폐청산을 가로막는 야 3당의 명분 없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소야대정국을 악용하는 것은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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