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두고두고 잘한 일이었다.

‘아,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아, 그때 그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죽어라 살아낸 사람일수록 회한의 능선을 넘을 일은 많았을 것이다. 십 년 전, 어느 자리에서 나를 소개할 일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잘 한 세 가지를 가지고 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나는 그 순간 빠른 속도로 사십 평생을 되작거려 세 가지를 찾아내야 했다. 훈련된 탓도 있고, 생각이 많았던 터라 세 가지를 떠올리는 데에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한 일, 그 첫 번째는 결혼이었다.

괴로운 밤들이 평화로운 밤보다 많았으며, 물병에 오래 담긴 물을 쏟듯, 쏟아버리고 싶은 날들도 있었지만, 결혼은 행불행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나에게 중요한 선물을 주었다. 산다는 것은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나와는 완벽하게 다른 중요한 타인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며 살아가야하는 일, 내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내 마음 같지 않은 장면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는 일, 그 생생한 실감은 어이없게도 책임감이란 가치를 내 몸에 새겨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한 일, 두 번째는 아이 셋을 낳은 것이다. 양육을 잘했느냐 못했느냐의 유무와 상관없이 나는 아이들과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 세 번째는 유급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내가 벌어서 내가 먹고살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내 자신을 책임지며 뭉개고 싶은 마음에 지지 않고 그럴수록 더 굳건히 내가 하는 일을 더 치열하게 재미지게 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은 결국은 나를 성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며, 나의 성장은 가까운 사람들의 성장으로 선순환이 되어 나를 더 풍요롭게 했다.

그리고 나는 4년 전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한 네 번째 잘한 일을 하나를 추가했다. 친구들과 여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중독수준으로 일을 했다. 나는 일할 때 행복했고 성취감도 컸다. 일하면서 충족되는 만족감은 나를 지칠 수도 없게 했다. 그렇게 달렸다. 필요한 것이 휴식이었음에도 나는 쉴 수 없었다.

스스로가 쉴 수 없는 여러 이유를 생산해내며 나에게 혹독하게 굴었다. 타인에게는 관대해지려 하면서 자신에게는 더없이 인색했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일로서가 아니라 그냥 하염없이 걷거나 듣거나 자거나 웃거나 하는 일 년의 시간 중 열흘을 나에게 주자.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는 것, 그곳에서 살아보는 것,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들과 섬세하게 우정을 경험해가는 것, 더 머물 수 없는 안타까움을 뒤로하며 좀 더 일상으로 돌아올 때의 짜릿함까지.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두고두고 내가 최고로 잘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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