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합쳐 잘해보자구요!”

“같이 잘 살아보자구!”

풍원이를 위시하여 네 사람의 형님들이 조산촌 거리골 두출이네서 의기투합을 했다. 다섯 사람의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고 술자리는 밤이 이슥해지도록 계속되었다.

거리골 두출이네 집에서 밤을 보낸 다섯 사람은 지게에 약초를 나눠지고 하진나루로 향했다. 머느실을 떠나 대가리, 소야리를 지나고 배마루를 넘었다. 짐을 지고 가면서도 사람들은 천렵가는 놀이꾼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직도 지난 밤 마신 술기운이 남아있음인지 이바구질이 끊이지를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순갑이만은 상당구리가 좋지 않았다. 상리를 벗어나자 언덕배기 아래로 들판이 나타나며 적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어기가 새원인데,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 마을이여.”

익수가 산 아래로 띄엄띄엄 몇 호 되지도 않는 마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인물이야 청풍에서 많이 났지, 저런 산골짜기에서 뭔 인물이 났다냐?”

순갑이가 익수 말에 딴지를 걸었다.

“형님, 인물 나는 데가 따로 있소? 아무데서 나더라도 크기를 잘 크면 되지.”

“저런 고랑탱이에서 잘 컸어야 얼마나 잘 컸겠는가.”

무엇 때문에 빈정이 상했는지 순갑이는 익수가 하는 말끝마다 시비를 걸었다.  

“형님, 모르는 소리 말우! 옛날부터 이곳 인근에서 높은 벼슬 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은 품달촌이라 불러요. 저 마을이 우탁이 난 곳이우다.”

“수탉은 아니고 우탁이냐. 그래 뭘 한 사람인데?”

“점을 치면 못 맞추는 게 없었다고 이전 어른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구려.”

익수가 자신이 없는지 어디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점쟁이구만. 점쟁이가 뭔 큰 인물이여?”

“점쟁이는 아니고, 큰 벼슬을 했다고 하던데…….”

순갑이가 뜯어먹는 소리를 계속하자 익수가 기가 꺾여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순갑이 형님, 그기 아니고 고려 시절에 저기 새원이에서 우탁 선생이 난 것도 맞고요, 벼슬도 높이 했는데 성질이 엄청 꼬장꼬장했다는구먼유. 워찌나 대쪽이었는지 왕이 뭘 잘못하자 도끼를 매고 대궐에 가 목을 내놓고 상소를 했다는구먼유.”

두출이가 익수를 거들었다.

“그래도 목이 안 날아갔데?”

“죽기는커녕 외려 높은 벼슬을 주었는데도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는구먼유.”

“왕도 신하도 몽땅 이상하구만!”

“그래도 예전이 좋았네요. 왕에게 대들고도 목이 붙어 있었으니. 지금 임금에게 그랬다면 귀신도 모르게 어떤 외척 놈이 채갔을 거요. 안 그래요, 순갑이 큰형님?”

순갑이가 또 딴지를 걸려하자 풍원이가 나서서 주저앉혔다.

“난 그런 거 몰러!”

지금의 임금과 외척들 이야기가 나오자 순갑이가 꽁무니를 뺐다.

“우리끼린데 누가 듣는다고 그러시우?”

익수가 순갑이를 보며 놀리듯 물었다.

“난, 그런 얘기 싫어!”

순갑이가 익수 이야기를 탈쳤다. 익수가 계면쩍어 입맛만 쩍쩍 다셨다.

“형님들, 이 동네가 품달촌이라 하니,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들어보실 테우.”

풍원이가 어색해져가는 분위기를 눈치 채고 얼른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어여 해 봐라!”

장석이가 지게 위로 한 길은 더 짐을 지고도 겅중겅중 노루 뛰듯 걸으며 말했다.

“옛날 어느 양반집에 상놈 부부가 살고 있었디야. 그런데 자신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살림은 궁색하기만 한데, 양반 놈은 맨날 빈둥거리며 노는대도 호의호식하는지라 어떻게 하면 저 놈을 울궈먹을까 궁리를 하게 되었디야.”

“상놈으로 났으면 그래 사는 것이 당연한데 뭐가 억울해서 엉뚱한 짓이랴. 그러다 들통 나면 볼기짝이 남아나겠어?”

장석이가 혀를 찼다.

“그런데 며칠 뒤 상놈 마누라가 찾아와 바깥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하더니 죽었다고 하더래. 멀쩡하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황당하기는 했지만, 장사는 지내줘야겠어 준비를 시키려니까 마누라 왈 ‘금방 안 지내고 며칠 그냥 놔 둘랍니다’하더래. 양반 생각은 각중에 남편이 죽어 서운해서 그러는가 하고 하는 대로 그냥 두었디야. 그런데 며칠 뒤 마누라가 와서는 ‘깨어났다’고 하더래.”

“죽었다 살아난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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