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숙 수필가

키르로스섬에 사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섬의 여인들을 혐오해 독신으로 살았다.

신의 저주로 인해 키프로스섬의 여인들은 뭇 사내들에게 몸을 파는 매춘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는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인상의 조각을 만들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조각상의 여인은 너무나 완벽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도 모르게 조각상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여인인 듯 말을 걸기도 하고 선물을 주기도 했으며 옷을 입혀 주기도 하고 반지와 목걸이, 심지어는 서있는 것이 힘들까봐 의자에 눕히고 베개를 받쳐주기도 했다.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었다.

갈리테이아란 인간으로 태어난 조작상은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었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일컬어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한다.

아들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업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였다. 어쩌다 학교를 방문 할 일이 생기면 공부 못하는 아들을 둔 것이 큰 죄인 양 다른 엄마들 등 뒤로 물러나 최대한 담임선생님 눈에 띄지 않으려 했다. 학부모 공개수업에 가보면 공부에 관심 없는 아들은 책상 아래에 만화책을 숨기고 읽고 있었다.

초등학교 성적이 뭔 대수랴 느긋하게 생각했지만 알게 모르게 누나와 비교되며 아이는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있었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자신감 없는 아이가 되었다. 친구도 사귀지 못했고 급기야는 등교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되었다.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게 우선이었다.

5학년 때 우연찮게 방학과제물이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물론 내가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아들은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받은 상에 엄청난 감격을 하였다. 엄마인 내가 판단컨대 70% 이상은 엄마의 도움이었지만 상에 감격한 아들은 온전히 자기 실력인 듯 들떠 있었다.

이런 아들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 줄 필요는 없었다.

그날 이후 아들의 이름은 최우수가 되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

농담이 섞인 말이지만

“어이~ 최우수 학생, 밥먹어.”라고 말해주면 아들은 자기가 정말 최우수 학생이 된 듯 겸연쩍어 하였다.

사소한 이 일은 아들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젓가락만 얹어서 받은 상이었지만 아들에게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너는 최우수상까지 받았는데 뭔들 못하겠니? 다 할 수 있어.”

나는 수시로 애기해줬고 아들은 점점 그 말에 스스로를 적응시켜갔다.

학부모 모임에서 늘 엄마를 주눅 들게 했던 아들은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며 진정 최우수학생이 되었다.

세계적인 제조기업 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는 어린 시절에 말을 심하게 더듬어서 놀림을 받았다. 그에게 어머니는 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네가 말을 더듬는 이유는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이다. 그 속도를 입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너는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잭 웰치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는 이미 증명 되었다.

긍정의 기대를 부여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을 하는 것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켜봐주면 자신감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겨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나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칭찬을 하며 살고 있나?

긍정적인 격려보다는 부정적인 지적을 하며 단점 들추어내기를 먼저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한사람의 인생에 평생의 상처로 남기도하고 가벼운 칭찬 한마디가 인생의 바꾸는 희망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칭찬 한마디, 돈 드는 것 아닌데, 큰 힘 드는 것도 아닌데 인심 팍팍 쓰며 사는 것은 어떨까?

“넌 참 좋은 사람이야.”

“난, 참 괜찮은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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