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이웃에 포장마차 집을 하는 김씨 부부가 살고 있다. 김씨 부부는 60대 나이에도 붕어빵 장수를 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그 장사를 하면서 겪어온 쓰라린 삶의 이야기를 들으니 인생의 참맛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들 부부는 20대 젊은 시절 지극히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결혼을 못하게 됐다. 그 이유는 동성동본이기 때문이었다. 결혼을 못하게 된 두 남녀는 부모님 몰래 집을 나와 동거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일정한 직업이 없고 기술도 없는 이들이기에 집에서 나올 때 챙겨 가지고 온 돈도 얼마가지 못해 바닥이 나게 됐다. 부모 몰래 몰고 나온 차가 있었지만 먹고사는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주머니에서 동전 소리가 나고 쌀통이 바닥을 보이면서 이들의 사랑도 초라해 지기 시작했다. 의식주의 위기에서 사랑의 위기까지 느낀 두 남녀는 심사숙고한 끝에 마지막 보물인 차를 팔아 장사할 가게를 구하러 다녔다. 그 돈으로는 구멍가게도 구할 수 없다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에 이들은 가게 얻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발길을 옮겨 집으로 향하던 이들은 허기도 채울 겸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사먹었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했던 붕어빵이 어찌나 맛있는지 순식간에 열 개를 먹고도 더 먹었다. 빵을 먹으면서 붕어빵을 굽는 모습을 구경하던 여자는 자신도 저런 빵틀만 구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에게 슬며시 의향을 물었다,

“자기야 우리도 붕어 빵 장사를 해볼까? 길거리에서 하니까 가게도 필요 없고 또 리어카와 빵 틀만 있으면 되니까 밑천도 별로 들지 않잖아.”

그러나 남자는 “이까짓 100원 짜리(지금은 500원) 장사를 해서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차를 사니” 했다.

그때 빵을 굽던 아줌마가 “100원짜리 장사라 해서 무시하지마세요. 나는 이 자리에서 10년 동안 붕어빵만 구웠는데 아들, 딸 대학 가르쳐서 장가 시집보내고 지금은 작은 집이나마 내 집 장만해서 살고 있다오”하는 말에 이들 부부는 깜짝 놀라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한세월 가는 동안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돈이 모아지고 집도 장만하고 아들, 딸 대학 교육도 시켰다한다. 펑펑 쏟아지는 물만이 그릇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라도 꾸준히 받으면 어떤 그릇이라도 채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푼 두푼 꾸준히 모으면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다는 것을, 김씨 부부가 붕어 빵 장사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온 이야기다.

부(富)와 빈(貧)을 좌우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버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얼마나 알뜰하고 성실하게 쓰고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뭉칫돈으로 힘 안들이고 부자된 사람, 그 부를 오래 지속시키지 못하고 쉽게 남용해 버린다는 사실을, 땀 흘려 애써 번 돈에 진정한 부(富)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는 자세로는 결코 부를 이룰 수 없다는데 붕어빵의 철학과 지혜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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