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사회과학의 가장 대표적 학자로 막스 베버(Max Weber)는 상관이 명령했을 때 부하가 따르는 근거 즉 권위의 근거를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전통적 권위로 상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과거로부터 내려온 전통이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왕권 시대에 왕과 부하의 관계에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카리스마적 권위로 지배하는 사람의 개인적 특성으로 따르는 것이다. 예수와 추종자와의 관계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대 사회의 근간을 구성한 합법적 합리적 권위로 따르는 것이 공동체의 법에 규정하고 있거나 합리적인 이성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생각해 따르는 것이다.

조선 시대 주인과 하인의 관계는 대표적인 전통적 권위로 이들의 관계는 전인격 지배의 관계를 형성하여 자기뿐만 아니라 처와 아들, 딸까지도 예속된다. 이러한 관계는 60~70년대 사장님과 운전기사의 관계에도 그대로 존속되어 당시 운전기사는 사장 집 문간방에 살면서 모든 일을 담당했다. 자기 부인은 사장 집의 식모이고, 아들은 사장 아들의 똘마니 노릇을 해야 했다. 사장과 운전기사의 관계에 전인격적인 지배가 존속했다.

80년대 이전까지 전방에서 군대 생활을 한 사람은 영관급과 하사관의 관계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영관급 아들은 영관급이고, 하사관 아들은 하사관으로 둘은 서로 따로 놀고,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형성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서 지금까지 24시간 지휘관의 지배 속에서 살아가는 공관병이나 조리병이 존재한다.

조선 시대의 권위가 장군 사모님의 갑질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지금 철퇴를 맞고 있다. 병사로 군 생활을 한 사람의 경우 별 넷 사성장군을 직접 보지도 못하고 제대한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사성장군은 높으신 분이다. 그 사성장군이 전통적 권위에 사로잡혀 갑질하는 사모님을 두둔하다가 뒤늦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해 잘못을 면하려 하고 있다.

회장님, 사장님들의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과 함께 사성 육군 대장 가족의 갑질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베버가 이야기하는 전통적 권위를 바탕으로 한 권위주의적 행태이다. 권위주의에서는 인간관계를 대등한 수평적 관계로 보다는 수직적 관계로 이해한다. 이들은 힘이 강한 사람에 대해 약하고, 약한 사람에 대하여는 강한 모습을 보인다. 운전사에 갑질한 종근당 회장은 비아그라로 높은 사람들의 선심을 사려고 했고, 사성장군의 사모님은 힘이 약한 어린 병사에 대해 갑질을 하면서 특권의식을 누렸다.

군이 현대화되는 것은 무기체계를 현대화하는 것보다 상관과 부하의 관계에 지배하는 권위체계가 전통적 권위가 아닌 현대적 합법적 합리적 권위의 관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아직도 군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해 사성장군의 사모님을 여단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군이 있는 한 국민은 군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부하를 귀하게 생각한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변혁적 리더십에서는 부하를 개별적으로 배려하는 리더십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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