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산책]겸손한 정권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
[김치영의 고전산책]겸손한 정권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
  • 충청매일
  • 승인 2017.08.06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 번역가

기원전 1050년 무렵, 주공 단(周公 旦)은 주나라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다. 강태공과 소공 석과 함께 무왕을 보좌하여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 천하를 세운 창업 공신이다. 그 공로로 지금의 산동 지역을 봉읍으로 받아 노나라의 시조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천하가 안정되지 않았고, 뜻하지 않게 무왕이 병을 얻게 되자 조정에 남아있어야 했다. 주공은 우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선대 대왕이시여! 지금 국왕이 국사에 지쳐 병이 났습니다. 만약 사람을 재물로 바쳐야 한다면 저 단이 재물이 되겠습니다. 부디 왕의 병을 낫게 하여 주십시오!” 그 제사 덕분인지 얼마 동안 무왕의 병이 낫는 듯했는데 하지만 결국 천명을 다하고 말았다. 이어 성왕이 즉위하니 그때 열세 살이었다. 이때부터 주공이 어린 왕을 대신해서 섭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멸망한 은나라 마지막 왕의 아들 무경이 잔존 세력을 이끌고 권력을 넘보고 있었다. 마침 중앙 권력에서 배제된 주공의 배다른 동생 관숙과 채숙를 꾀어 합류시키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반란을 획책했다.

“주공은 성왕을 죽이고 왕위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자다. 지금 그를 제거해야만 주나라가 바로 선다!”

어느덧 소문은 도성에까지 퍼져 천하가 떠들썩했다. 그러자 어린 성왕과 신하 소공 석이 진위를 분간하려 주공을 불렀다. 주공이 이에 대답했다.

“제가 섭정하게 된 것은 천하에 반란이 일어나 혹시라도 주나라의 대업을 완수하지 못할까 해서입니다. 때가 되면 물러갈 터이니 헤아려 주십시오.”

이 말에 왕과 신하들이 오해를 풀었다. 그러자 주공은 즉시 반란 진압에 나섰다. 강태공에게 동쪽 오랑캐를 진압하도록 했고 자신은 무경을 토벌했다. 반란군과 전투는 3년이나 이어졌다. 악전고투 끝에 평정하여 천하를 수습하였다. 주동자 무경은 주살하고, 관숙은 참수하고, 채숙은 유배를 보냈다. 옛 은나라 지역은 송나라로 칭하여 미자계를 보내 다스리게 하였고, 자신의 봉지인 노나라에는 아들 백금을 보내 다스리게 하였다. 이렇게 주나라 왕실의 친족과 공신들을 천하에 배치하여 이른바 봉건제를 확립하여 왕조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어느 날 주공이 노나라로 떠나는 아들 백금(伯禽)을 불러 주의를 당부하였다.

“애비는 성왕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니 귀한 신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누가 찾아오면 목욕하다가도 감던 머리카락을 세 번 움켜쥐고 뛰어나오고, 밥을 먹다가도 음식을 세 번 뱉어내면서 그들을 맞이한다. 이는 불편한 일이지만 천하의 인재를 놓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너는 노나라에 가거든 결코 교만하지 마라.”

7년 후 성왕이 나이 20세가 되자 주공은 정권을 돌려주고 노나라의 제후의 지위로 돌아갔다. 이후 50년 동안 주나라는 가장 강성하고 통일된 시기를 맞이하였다. 토포악발(吐哺握髮)이란 입 속에 있는 밥을 뱉고 머리카락을 움켜쥔다는 뜻이다. 식사 때나 머리를 감을 때에 손님이 찾아오면 황급히 나가서 극진히 대우한다는 의미이다. 위가 탁하고 교만하면 천하의 인재들이 숨어버린다. 하지만 위가 맑고 겸손하면 천하의 인재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